'둘쭉날쭉' 산업은행-리먼, 시기만 남았나

유일한 기자, 엄성원 기자 | 2008.08.24 11:14

(종합)

한국 산업은행(KDB)과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뉴욕 증시의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의 인수 전망에 따라 뉴욕 증시가 하루는 울었고 하루는 웃었다.

◇ '일희일비' 뉴욕 증시
최근 리먼 매각 이슈에 처음 불을 지핀 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였다.

FT는 20일(현지시간) 리먼이 한국 산업은행(KDB), 중국 씨틱증권과 지분 50%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FT는 당시 리먼이 장부가액 이상의 가격을 요구했고 산업은행, 씨틱증권 등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리먼 매각 불발 소식은 금융주들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졌고, 21일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 덕분이었다.

로이터통신은 22일 오전 산업은행측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리먼 인수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고 이날 전했다. 이에 리먼은 장중 16%나 급등했고 나머지 금융주들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이덕에 200포인트 가깝게 뛰었다.

◇안개속 산업은행 의중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산업은행은 부담을 느낀듯 한발 물러섰다. 22일 오후들어 리먼 인수 가능성을 희석시킨 것이다. 산업은행의 성주영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은 민영화 초기단계에 있다. 그리고 국제 표준에 비춰볼 때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약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IB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어떤 거래도 임박하지 않았음을 시사한 산업은행측의 입장 발표에 리먼 주가는 힘을 잃었다. 당일 종가는 5% 상승한 14.41달러에 그쳤다.

WSJ는 리먼 브러더스 서울지점장 출신인 산업은행의 민유성 신임 총재는 한국 은행가에서 공격적인 딜메이커로 정평이 나 있다며 그러나 리먼을 인수하거나 상당한 지분 투자에 성공하려면 리먼이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려는 정부 계획에 들어맞는다는 것을 금융당국에 설득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리먼, 운용사 매각도 불투명

리먼 매각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FT는 리먼 자회사 매각 가능성까지 타전했다.

FT는 이날 수개 사모펀드가 리먼 산하 자산운용사 노이버거 베르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이버거 베르만은 리먼의 핵심 부문. FT는 노이버거 베르만이 리먼이라는 왕관에 박힌 보석과도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FT의 평가대로라면 결국 노이버거 베르만이 빠진 리먼의 가치는 현저하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

FT는 특히 이들 사모펀드가 노이버거 베르만 지분 50% 이상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노이버거 베르만 매각을 둘러싸고 새로운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노이버거 베르만 인수를 원하고 있는 사모펀드들은 DE쇼, GLG, 오스프라이 등의 헤지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지분 매입에는 흥미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GLG와 오스프라이는 리먼 지분 매각에 대한 거부권(veto power)을 갖고 있다. 이들은 언제든 지분 매각에 딴지를 걸 수 있다.

◇ '궁여지책' 자기 방어
한때 잘 나가던 투자은행 리먼에 대한 매각설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리먼은 다음달 중순 실적을 발표한다. 월가에서는 리먼이 이번 실적 발표 때 40억달러의 추가 상각과 함께 실적 전망을 하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먼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1년간 자산 상각과 신용 손실로 82억달러를 날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리먼에게 남은 것이 본사 건물과 불건전 모기지 자산으로 채원진 금고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먼의 유동성은 메말랐고 언제든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 있다. 리먼이 자회사는 물론 본사를 매각하려고 하는 것은 더 버티다 헐값에 팔리진 않겠다는 최후의 자구책과 같다.

업계 역시 리먼 매각이 순조롭게 풀리길 고대해야 한다. 리먼이 원하지 않는 적대적 M&A에 의해 붕괴될 경우, 여타 금융사의 가치도 동시에 추락한다. 가치가 떨어진 금융사들은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고 이에 금융권 불안은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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