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무력감에 빠진 세계 경제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8.08.22 16:57
금융시장 상황을 오리무중 첩첩산중이라고 묘사하는 것 자체가 진부할 정도로 어려운 나날들이다. 바닥을 모를 때가 바닥이라고는 하지만 희망을 품기 무섭게 장애물에 부딪치는 요즘은 바닥이란 말을 꺼내는 것 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당초 2분기에서 바닥을 칠 것이라고 기대됐던 미국 금융회사들의 상각이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잇단 전망은 무력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씨티그룹은 이번 3분기에 리먼브러더스가 29억달러, 모간스탠리가 17억달러, 골드만삭스가 18억달러를 또 상각할 것이라고 전날 예상했다. 지겨운 신용위기의 터널 끝이 보이질 않는다. 3분기 역시 바닥일지 아닐지 장담하기 어렵다.

리먼브러더스도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골드만의 3분기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기존 3.77달러에서 1.70달러로, 모간스탠리는 1.13달러에서 75센트로 낮아졌다.

잊을만 하면 발목을 잡는 신용위기는 이날 아시아 증시를 무력화시켰다. 코스피지수는 종가기준으로 1년4개월만에 1500선을 내줬고 장중 1477선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도 갈아치웠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1% 떨어진 2405.22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중 3% 이상 하락하며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일본 증시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0.7%(86.17엔) 떨어진 1만2666.04로, 토픽스지수는 0.7%(8.11포인트) 밀린 1216.42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씨티와 리먼의 암울한 전망은 세계 경제 석학들의 글로벌 경기 비관과 겹쳤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와 조셉 스티글리츠가 신용 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숄즈는 21일 독일 린다우에서 열린 제3차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세계 경제는 현재 침체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도 "당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라며 "신용위기는 고용 악화를 초래해 사회적인 손해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티글리츠는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을 맹비난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경제 수뇌들의 광범위한 실패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역시 노벨상 수상자인 다니엘 맥패든 교수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 "금융시장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같은 강력한 감시 기구가 설립돼 금융기관들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22일 잭슨홀에서 열리는 세계 중앙은행장 회의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보통 경제는 한 부분이 악화되고 난 후에서야 다른 한 부분이 악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해 아직 위기가 더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니트 파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일본, 유로존의 15개국 및 영국이 현재 경기침체에 있거나 수개월 안에 경기침체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선진국들이 일제히 경기침체를 겪게 될 거란 얘기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꼬리를 물고 있다. UBS는 이번주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3.1%에서 2.9%로 내렸다. 성장률이 2.5%까지 떨어지면 세계 경제의 침체를 의미한다. JP모간체이스는 이번 분기 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는 2001년 중반 이후 최저다.

이런 때 러시아가 쉽게 그루지야에서 물러서지 않을 조짐인 것도 악재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와 서방측 긴장 고조로 하루동안만 5% 가까이 올랐다. 로이터제프리 상품지수도 이날 3.7% 급등했다.

오늘은 경기 지표가 예정돼 있지 않은 가운데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버냉키 FRB 의장이 연설을 가진다. 올해 심포지엄에서는 FRB의 확장된 역할이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버냉키 의장이 어떤 말을 할지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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