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학원·김밥… '백수물가'는 더 올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8.08.26 09:09

[2008 백수보고서]<6·끝> 자장면·김밥 가격, 책값·학원비 급등

 김선희(29·가명)씨는 지난해말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이지만 어쨌든 직업이 없으니 '백수'다.

김씨는 직장생활하며 모아놓은 돈으로 근근히 생활하고 있지만 올들어 물가가 대폭 올라 고민이다. 다 큰 딸이 퇴직한 부모님께 손을 내밀기도 어려워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김씨의 월별 지출항목은 교재비, 외식비, 교통비, 통신비가 다다. 그나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주거비, 식비가 들지 않는다는게 감사할 뿐이다.

 매달 지출규모가 가장 큰 것은 교재비다. 종이값이 올라서인지 책값이 '장난' 아니다. 2권만 사도 10만원을 넘어가니 교재를 살 때마다 손이 떨린다. 헌책방을 뒤져 보기도 했지만 필요한 책을 구한 적은 별로 없다. 임용고시를 위해 책을 안 살 수도 없고 '울며 겨자먹기'다.

 외식비도 만만찮게 든다. 김씨는 올초만 해도 공부하러 나갔다가 5000원으로 점심과 간단한 음료수를 해결했다. 때론 저녁도 사먹었다. 지금은 5000원으론 어림도 없다.

돈이 안 드는 시립도서관, 구립도서관, 국립도서관을 오가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인근 식당은 물론 도서관내 구내식당 밥값까지 올랐다. 밥값 때문에 집에 있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가끔은 외식을 하게돼 한달에 10만원은 나간다.

 교통비는 한달에 7만원 정도 쓴다. 그나마 교통비는 오르지 않아 다행이지만 다른데 드는 비용이 많아 가까운 곳은 걸어다닌다. 택시를 마지막으로 타본지는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한 달 휴대폰요금은 3만원. 전화를 먼저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먼저 해도 짧게 한다. 잘 아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콜렉트콜(수신자 요금부담 통화)을 이용한다.

 올들어 가장 가슴 아픈 일은 2개월에 55만원하는 임용고시 학원은 그만뒀다는 점이다. 모아둔 돈이 줄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달에 27만5000원 꼴인 학원은 너무 부담됐다.

물론 극장 가서 영화 한편 보는 문화생활도 포기했다. 김씨는 "구청에서 상영하는 무료 영화나 볼까 문화생활은 백수에겐 꿈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물가 급등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백수들의 '고통'엔 비할 바가 아니다. 쓸 돈은 없는데 물가는 오르고 부모님 등 손 벌릴 곳도 사정이 어려우니 눈치 보느라 마음 고생이 심하다는 하소연이다.

 게다가 백수들이 자주 쓰는 물건 가격이 많이 올라 더 서럽다. 통계청에 따르면 백수들의 외식이라고 할 수 있는 자장면 가격은 7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7%가 올랐다.

백수들이 애용하는 또 다른 외식 메뉴인 김밥은 무려 21.4%가 급등했다. 외식비가 5.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취업준비를 하는 백수들이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내식당비는 5.1%가 올랐다. 그나마 자장면이나 김밥보다는 낫지만 이 정도 물가 상승률도 백수들에겐 치명적이다.

 백수들이 집에서 자주 먹는 라면값은 7월에 15%가 올랐다. 달걀은 25% 급등해 라면에 달걀을 넣어 먹는 것도 힘들어졌다. 빵값도 18%가 오르면서 백수들은 '빵으로 한끼를 떼우지'라는 말도 함부로 하기 어렵게 됐다.

 고수 백수들의 유니폼이라 할 수 있는 츄리닝도 함부로 사입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체육복(츄리닝)의 7월 수입가격은 1년전보다 43.6%가 올랐다. 같은 기간 코트와 스웨터는 각각 10.9% 오르는데 그쳤다. 백수들은 오래 입어 무릎 나온 츄리닝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가격이 낮기로 소문난 신림동 고시촌도 물가 상승을 피해갈 수 없었다. 10장묶음 고시원식당의 식권은 지난해 2만6000원에서 올해 2만8000원으로 올랐다. 자장면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다. 김값은 그나마 1000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선 이미 1500원으로 올라 불안하다.

 고시촌에서 취직준비를 하는 이상규(30·가명)씨는 "1년새 밥값이 1만원 정도 더 늘었다"며 "고시원과 연계돼 할인되는 밥집 등 싼집을 찾으러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고정비여서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물가가 올라 정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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