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바닥 모르겠다" 극도의 공포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08.22 11:48

"코멘트조차 두렵다…피날레가 무엇이 될 지 알수없어"

코스피지수가 22일 1500선을 내줬다.

지난 7월 17일 이후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한달 이상 버티던 1500선이 무너진 것은 지금까지의 심리적 불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주가가 싸다'고 외치던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할말이 없는 모양새다.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할말이 없다. 이런 장에서는 코멘트 하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을 짜증나게 한다"며 입을 닫는다. 일각에서는 "숫자에 겁먹을 필요가 없으며 이성을 찾을 때"라며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는 모양새가 역력하지만 당황한 기색은 숨길 수 없다.

하지만 향후 다가올 문제는 간단치 않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의 하락을 촉발한 미국발 서브프라임 문제에 이어 국내판 서브프라임 문제도 증시의 새로운 공포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미국 부동산시장의 붕괴로 촉발된 서브프라임사태가 한국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한국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금융권이 위축되는 점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 PF관련 대출 잔액은 은행권(47조9000억원), 저축은행(12조2000억원) 등을 합쳐 7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2006년 말 10.4%이던 저축은행 PF 연체율은 14.3%까지 높아진 상태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5월말 현재 490조원 가량이며 6월말 기준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28조원이다.

9얼 중견건설사 위기설 등 괴담이 흉흉한 가운데 금융권은 대출 부담으로 기업에 대한 여신을 줄이는 모습이다. 장사가 되지 않아 돈을 빌려야하는 기업들은 금융권에서 돈빌리기가 쉽지 않게 되면서 어려움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현금이 목마른 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게딜 것이라는 공포심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물론 괴담은 괴담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강세장에서는 한낱 비웃음으로 전락하는 괴담이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는 가속도가 붙어 공포심이 극대화된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더욱 적나라한 심겸을 귀띔했다.

홍 센터장은 "가격 자체로 보면 국내 주식은 많이 싸졌지만 글로벌 투자환경에 대한 우려 증폭으로 매수에 나설 분위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외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변수는 밸류에이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투자환경에 대한 우려이며 현금 선호심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쉽게 말해 '주식하지 마라'는 소리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약세장이 현실화되는 단계"라고 못박았다. 김 부사장은 "최근 몇 차례 반등은 베어마켓 랠리의 측면이 컸지만 투자자들이 속아온 셈이 됐다"고도 표현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정부가 나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물론 1500선 붕괴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으며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450선 정도가 되면 외국인들의 입에서 주식에 대한 절대가치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연기금 등도 이 정도 가격이면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시중의 유동자금도 이 지수대에서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국내 경제가 4%대 성장이 유지된다고 볼 때 4분기에는 1850선까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심리다. 증권사리서치센터장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시장의 심리가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로운 상황이 발생해 투자심리가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지속되며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이제 더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현 장세 속에서 이런 믿음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가는 내일 또 빠질 것이다. 늦어도 오늘 파는 게 낫다"는 심리가 확산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뒤집어 보면 주식시장에서 '공포의 극대화'는 역사적으로 조정장의 끝물로도 해석된다. 팔려는 투자자가 넘쳐나면서 증시가 패닉으로 돌입할 때 저가매수를 노리는 세력이 장의 한 켠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포심을 줄이고 당분간 매도를 자제하고 추이를 바라보는 편이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비싸게 산 물건을 동네 벼룩시장에 무차별로 던지면서 고양이가 물고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 아리는 일이다. 공포 속에서도 희망마저 버리는 것은 너무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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