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CEO의 말 못할 고민

최치영 CMOE Korea 대표 | 2008.08.22 12:41

[최치영의 경영코칭]회사경영 이전에 자녀경영

40대 후반의 김 CEO는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가운데 가장 믿음직한 경영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리더다.

대기업에서 두 개의 사업부와 해외 법인장에 이르기까지 이미 그는 당당한 `Mega CEO` 경영자였다.

그는 이미 많은 조직경험을 했고, 또 몇 년 전에는 회사에서 선발돼 미국에서 1년 간 MBA 과정도 마친 이 기업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에게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언젠가는 이 회사가 속한 그룹의 주요 CEO가 될 사람이라고 기대를 받고 있었다.
 
사내외에서 그의 경력과 영향력이 그만큼 강하고 확실하다. 지나온 성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지에도 수시로 인터뷰나 실적에 대한 기사가 날 정도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에게 말하기 힘든, 그리고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고민과 같은 짐을 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자녀 문제였는데, 이는 성과와 리더십이 특출한 경영자에게 의외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김 CEO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이 있다. 이 아들은 미남에 장대한 체격이다. 언뜻 보면 반듯하고 착해 보이지만 이 아이는 과체중에 속하고, 또 감정 통제를 제대로 못하는 과격하기까지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의 학업이다. 공부에 열중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버지로서 더 큰 고민이다. 성적은 겨우 중하위에 머물러 더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다. 아니 어쩌면 더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아이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착하기만 했던 아들인데 사춘기를 지나면서 안하무인으로 변했다고 아버지인 김CEO는 생각하고 있다. 말하는 태도도 거칠고, 부모에 대한 감사도 모르고, 모든 것이 당연히 있어야 되는 줄로 알고 있고, 적당히 시간을 때우면 된다는 식이다.

이따금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책이든 펜이든 마구 집어던진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게임이 더 좋은 아이가 되었다. 친구가 많지만 하나 같이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들 같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여러 번 충고를 주려고 하지만, 그 때마다 아이는 아버지를 피하고 만다. 아버지는 야단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하는데도 아이는 일언반구도 없이 무시한다는 것이다. 한 번은 너무 화가 나서 책으로 아이의 머리를 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서로 말 안하고 마찰 없이 지나는 것으로 서로가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차라리 간섭 안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게 된 것이다. 또 서로가 무시하는 관계처럼 되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아니었다.
 
그래서 김CEO는 아들로 인해 걱정이 많다. 아들이 어머니든 아버지든 자신의 인생과는 그리 관계가 없다는 태도를 보일 때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이 아들과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를 필자에게 물었다.
 
“사장님, 전에 아드님과 만나면 사장님이 말을 많이 하십니까 아니면 아드님이 더 말을 많이 하도록 허용하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는 당연히 자신이 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다시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의 생각은 아들이 한참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들이 변한다면 저는 당장 날아갈 것 같습니다.”
 
다시 질문을 했다. “아드님이 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현 상태를 진정으로 받아주시고, 아드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으시고, 말씀은 10%만 하시고 듣는 것을 90%정도로 하시고, 밝고 환한 웃음으로 아들을 안아주실 수 있을까요?”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글쎄요, 아직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것을 저에게 시키시네요. 하지만 그래서 아들이 변한다면 그렇게 해야지요."
“오늘부터 한 달 동안 그렇게 하시고 저와 다시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김CEO와의 전화통화를 했다. 물어보니 그의 태도는 크게 변해 있었다. 물론 아이의 태도도 날로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23억 갚으면 '10억 빚' 또…"더는 못 갚아줘" 박세리, 이유 있었다
  2. 2 "밤에 샤워하지 마세요, 아이 깨요"…3개월째 항의하는 아랫집
  3. 3 백종원 협박한 '연돈' 점주들…"1억 주면 조용히 있겠다" 녹취록 공개
  4. 4 '매출 대박' 성인용품점 20대 사장의 고민…"엄마가 울면서 말려"
  5. 5 "팬들 안 보이네" 썰렁…'완전체' 뉴진스 모였는데도 텅 빈 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