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추락, 코스닥은 마이너리그인가?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8.08.29 08:53

[머니위크]한계기업 '머니게임' 신뢰 잃은 시장


코스닥의 굴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세상승기에 소외되며 찬밥신세가 되더니 올해 하락기에는 코스피시장보다 더 크게 하락, 투자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급기야 지난 21일엔 2005년 8월30일 이후 약 3년 만에 500선 아래로 떨어지는 쓴맛을 봤다. 같은 날 1500선을 지킨 코스피지수는 3년 전 1080 수준이었다.

지난해 고점대비해서도 코스닥은 코스피 하락률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11월초 장중 고점을 찍은 코스피지수는 2085.45였다. 지수상으론 10개월 동안 500포인트 이상 빠졌지만 하락률은 25% 안팎이다. 같은 기간 800선에서 500 아래로 추락한 코스닥지수의 하락률은 40% 가까이 된다.

단기간 급락했지만 반등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 부정적 뉴스 일색이다. 미국발 신용위기라는 악재는 정작 코스피 대형주보다 코스닥 중소형주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의 위축되고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주식투자에서도 대형주 위주로 보수적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세상승기간 코스피 종목처럼 질주했던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동반 부진이다. 대장주 NHN은 10개월전 고점대비 반토막이 났다. 14조원을 넘으며 한때 현대차를 추월했던 시가총액은 7조원마저 붕괴되는 굴욕을 당했다.

교육주 열풍을 일으키며 지난 4월 2조원대 중반까지 시총을 키웠던 메가스터디는 불과 4개월 만에 시총 1조원이 사라졌다. 지난 연말 시총 2조원을 넘겼던 태웅도 1조원대 중반으로 밀렸다. 태웅과 함께 코스닥에 굴뚝 열풍을 일으키며 1조 클럽에 가입했던 성광벤드, 평산, 태광도 30~40%씩 빠졌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연말 10개를 넘나들었던 시총 1조 클럽 회원수는 4개사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112조원을 넘었던 코스닥 전체 시총은 70조원대로 추락했다. 10개월 사이 40조원이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

◇ 마이너리그로 전락하는 코스닥

연초 우량 대기업들이 잇따라 빠져 나가면서 2부 시장 이미지가 부각된 코스닥시장은 한계기업들이 우회상장, 유상증자와 감자 등을 동원한 각종 머니게임 문제로 마이너리그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기관과 업계는 시장 건전화를 수시로 외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최근 3년간 퇴출기업 수를 살펴보면 2006년 10개에서 2007년 7개로 줄었다. 2008년 18개로 늘었지만 퇴출조치 강화로 수십개의 기업이 포함될 것이란 당초 예상에는 크게 못미쳤다.

퇴출을 눈앞에 두고 극적인 유상증자와 감자를 통해 살아난 기업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4월1일 동시 퇴출을 면했던 이들 중 일부는 몇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퇴출되거나 거래정지를 당하는 등 정상화에 실패, 투자자들을 두번 울렸다.

여전히 높은 퇴출장벽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자 제값을 받겠다며 코스피로 옮기는 기업들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연초 LG텔레콤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최근에는 중소형주인 부국철강이 코스피로 이전했다.

◇ 높은 진입과 퇴출 장벽의 폐해


2004년 말 벤처활성화 대책이 나올때 업계 관계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한 것은 더욱 과감하게 진입장벽을 낮추고 퇴출장벽도 낮추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다산다사(多産多死)'하는 벤처기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는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다. 퇴출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법이 앞서가는 금융기법(?)을 따라가지 못해 상당수 한계기업들이 버젓이 살아남았다. 이들은 우회상장 기업의 쉘(껍데기)이 돼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시장 건전화를 명분으로 진입장벽은 높아졌다. 코스닥의 물줄기라 할 수 있는 새내기 기업의 공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00년부터 3년간 130개를 넘던 신규 상장사 숫자는 2003년부터 절반 이하로 줄었다. 벤처활성화 대책 직후인 2005년 70개로 잠시 늘더니 2006년 52개, 2007년 67개에 그쳤다.

그나마 매출과 재무구조를 중시해 보다보니 새내기들의 상당수가 IT 부품업체에 치중될 수밖에 없었다. IT부품업체들은 상장 후 상당수 실적이 악화된다. 상장을 하면 당장 납품업체인 대기업이 단기를 깎아 수익성이 나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높은 진입문턱은 우회상장을 부채질하는 등 코스닥 시장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퇴출돼야할 한계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공간을 줌과 동시에 반듯한 기업조차도 뒷문으로 들어오게 하는 불명예를 줌으로써 코스닥을 영원한 마이너리그 시장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우회상장 기업수는 지난해 26개에 이어 올해도 지금까지 18개가 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당초 벤처 활성화대책을 마련할 때 진입장벽을 낮추고 퇴출도 쉽게 해 많은 벤처기업에게 기회를 주고,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퇴출시켜 시장을 자연스럽게 건전화시키는 것이었는데 그런 방향으로 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 테마와 작전, 한탕을 노리는 도박장?

지난해 대세상승장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투자 등을 통해 코스피에서 돈을 벌었지만 코스닥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린 경우가 많았다. 코스닥이라도 일부 우량주는 급등했지만 이른바 '대박주'에 뛰어들었다 쪽박을 찬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규모와 방법 측면에서 작전의 역사를 다시 쓴 해였다. 루보, 화이델SNT 등에 동원된 피라미드식 주가조작은 검찰에 걸리기 전까진 신금융 기법으로 선전되기도 했다. 작전 규모도 상상을 초월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규모뿐 아니라 동원된 계좌수도 1000여 개를 넘었다.

해외자원개발, 바이오, 태양광, 유명인, 대운하 등 대선관련 테마 등 각종 테마는 생명력을 2년째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컸다. 몇 배에서 수십 배씩 올랐던 테마주들은 거품이 꺼지며 급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과 작전까지 가미되면서 시장의 신뢰를 더욱 잃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불안한 외부 환경에 내부 정화마저 실패한 것이 코스닥을 3년 만에 400대로 끌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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