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기업①]효성 편입 후 유동성 '숨통'

더벨 박홍경 기자 | 2008.08.22 09:31

[위기의 주택건설사]외형성장 부작용 여전..운전자본.단기차입금 급증 부담

이 기사는 08월21일(15:2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매 시각마다 자금 유출입 상황을 체크하던 작년 말에 비하면 그래도 지금은 자금 운용에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올 초 효성그룹 계열로 편입된 진흥기업 직원들은 미분양으로 대규모 현금부족이 지속돼피를 말리던 지난해 9~10월을 악몽으로 떠올린다. 효성 편입과 더불어 유동성이 보충되면서 어느정도 숨통이 트인 까닭이다.

최근 시시각각 자금을 체크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는 다른 중견 건설사와 비교해 상대적인여유가 느껴진다.

◇주택사업 확대 '위험'

그러나 긴장을 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저조한 분양으로 인한 운전자본 급증, 이에따른 현금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재무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우선 이 회사의 운전자본은 2005년 1516억원에서 2006년에는 2591억원, 지난해 5156억원으로 뛰었고 올 3월말에는 6071억원에 달했다. 매출채권과 단기대여금, 선급금, 재고자산의 합에서 선수금을 제외한 수치다.

올 2분기에는 1분기와 비슷한 추세가 유지됐다. 운전자본에서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공사 및 분양미수금과 단기대여금이 각각 2852억원, 2198억원으로 1분기의 3214억원, 2284억원보다 조금씩 줄어들었을 뿐이다.

용지는 2006년 44억원에서 지난해 337억원으로 증가한 이후 올해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3년 이후 진흥기업이 공격적인 외형성장을 추진해온 데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것이다. 지난 2003년 1500억원에 못미치던 매출액이 올 상반기에만 2707억원에 이르렀지만 영업이익률은 2%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2분기에 용인 상하리를 비롯해 일부 사업장의 공사가 완료되면서 운전자본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이같은 부담이 당분간 속시원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절대 공사물량 확보를 위해 채산성을 희생하는수주정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지방사업장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원가율도 지난해 기준으로 92.5%를 기록해 남광토건(84.3%), 동문건설(85.7%), 동일토건(80.4%), 우림건설(82.8%), 중앙건설(85.9%), 월드건설(81.8%) 등 여타 'BBB-'급건설사와 비교해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단기차입금 급증

운전자본 부담과 현금창출능력 저하는 자금부족과 차입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진흥기업의 영업조달현금(CF)은 지난해 158억원으로 전년대비 19억원 줄었다. 올 상반기 누적으로는 85억원에 불과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잉여현금흐름은 2006년 321억원에서 지난해 -478억원, 올 6월 말에는 -1169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깊어졌다.



총차입금은 2006년 493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연말 1530억원, 올 3월말에는 2159억원까지 증가했다.


특히 단기차입금의 증가세가 급격하다. 단기차입금은 2006년 421억원에서 지난해 12월말에는 769억원, 올해 3월말에는 1250억원, 6월말에는 1761억원까지 증가했다. 총차입금에서 단기성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내외로 만기구조가 단기화돼있는 상황이다.

단기차입의 증가와 비교해 현금성자산은 그리 넉넉하지 못한 편. 2006년 433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44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단기성차입금 대비 단기성 금융자산은 2006년 0.92에서 지난해에는 0.35, 올 3월에는 0.17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올해 6월에는 용인 상하리의 잔금이 들어오면서 상반기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747억원까지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올 7월 말 기준으로 예적금과 여신한도를 포함한 가용자금은 717억원"이라며" 유가증권과 토지의 합이 122억원으로 비상시에 사용가능한 자금이 840억원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능한 범위에서 현금성자산의 비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도 부동산 경기 냉각이 이어질 것을 대비해 유동화를 비롯한 사업장 매각 등을 회사 측이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PF 우발채무 부담

단기차입금과 더불어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스(PF)는 유동성을 압박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회사 측은 "분양률이 70% 이상인 사업장을 제외하고 신규 사업장의 4800억원과 미분양 관련 1900억원 등 6700억원 정도가 실질적인 우발채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당분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진흥기업의 사업장이 지방에 포진해있는 점 등을 감안할때 우발채무에 대한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올 3월말 기준으로 PF지급보증과 채무인수 규모는 총 8563억원으로 진행현장이 3127억원, 예정현장이 5436억원이다. 특히 분양률 70% 미만인 현장이 66.3%에 달하고 예정현장에서 수도권 이외의 사업장도 다수 포함돼있는 점은 부담이다.

◇'효성'의 후광 효과는?

올 초 효성의 인수 이후 수개월간을 돌아보면 영업적 측면에서 효성의 지원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효성의 건설부문 사업역량이 미흡한데다 계열사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동성 측면에서는 효성이라는 배경이금융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효성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여신을 은행권으로 돌리는 등 차입금의 리파이낸싱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 6월 말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형태로 산업은행에서 300억원을 차입한 것을 비롯해 우리은행에서 200억원을 대출받는 등 은행권에서의 조달이 늘고 있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효성 인수를 계기로 투자적격인 'BBB-' 등급을 받아 자본시장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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