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생, 7000억 매출 기업 일구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8.08.21 12:31

[新CEO論]5.벤처CEO-①경제 활기 넣는 벤처기업인

"벤처 초기에는 스타 경영자들이 있었는데 지난 5년간은 없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5월 귀국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카이스트 석좌교수)은 "한국 벤처 기업의 미래가 암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장은 "미국은 지금도 인맥관리 사이트 '페이스북'의 창업자 같은 스타 벤처기업인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는 새로 자라나는 싹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의 지적처럼 2000년 벤처버블 붕괴 이후 벤처기업의 성공신화는 `지나간 옛 노래`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벤처 1세대로서 과거 성공신화의 주역들이 대부분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명멸 속에서 `열정과 도전`이라는 벤처 정신도 신기루로 비쳐졌다.

하지만 사라진 것은 벤처1세대일 뿐, 벤처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벤처기업이 152개사에 달했고, 그 숫자는 매년 10%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과거 버블시대와 전혀 다른 의미로 조용히 도약의 발판을 다져가고 있는 모습. 벤처의 부활은 창업에 대한 활기를 넘치게 하고 첨단사업뿐 아니라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된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테크노 CEO

벤처기업 CEO들 중에는 이공계 출신의 `테크노` CEO가 많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코스닥 매출 100대 기업 중 이공계 출신 비중에 약 4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사업초기 기술개발에 무서운 집념을 보여줬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박사 출신의 그가 사업에 나선 것은 1989년. 엔지니어 선후배 6명과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섰다. 당시 자본금 마련을 위해 기술신용보증기금에 보증서를 신청했다가 집 등기등본을 가져오라는 말에 "하숙하는데요"라고 답해 창구직원을 황당하게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설립 20년을 바라보는 휴맥스의 매출은 지난해 7000억원 선으로 벤처기업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업체인 티맥스소프트의 창업자인 박대연 대표도 엔지니어 출신의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야간으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75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전산실에서 근무하며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다, 32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박사 학위를 받고 1996년 귀국해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됐다. 이듬해 5명의 직원으로 티맥스소프트를 세웠다.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김택진 사장 역시 이공계 출신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인 그는 대학 2학년 때 서울대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아래아한글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어 한메소프트를 창업해 벤처기업인으로 승부수를 던진 김 사장은 1990년 현대전자에 입사해 미국 보스턴 연구센터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1997년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역시 엔지니어 출신의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검정고시를 통해 인하대에 입학한 그는 1983년 자본금 450만원과 직원 2명으로 창업했다. 당시 그는 하루 17시간씩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병ㆍ의원 관리 프로그램 개발업체로 출발한 비트컴퓨터 는 창업 1년 만에 의료 관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고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카트라이더'로 유명한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며, 중계기 전문업체 쏠리테크의 정준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미국 스탠퍼트대 전자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반도체 설계(팹리스) 전문기업 엠텍비젼의 이성민 사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최휘영 NHN 사장

◇전문경영인-관리형 CEO

기술로 승부하는 벤처기업의 특성상 이공계 출신의 CEO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비이공계 출신들의 활약도 있다. 나성균 네오위즈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KAIST 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대학원 재학 시절 넥슨에서 2년간 일하며 창업에 눈을 떴다. 1997년 자본금 1억원으로 네오위즈를 설립했다.

김대연 나우콤 대표는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부터 1999년까지 코오롱그룹에서 일했다. 이후 윈스테크넷에 합류해 이듬해부터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CEO로서 그는 네트워크 정보보호 기술 개발에 집중, 국내 보안업체로는 유일하게 8년 연속 흑자경영과 매년 30%의 고성장을 일궈내는 성과를 보였다 .

또 최근에는 실시간 뉴스 서비스가 포털의 주력 콘텐츠로 급성장하면서 언론사 출신의 인사들이 포털의 대표로 넘어오기도 했다. 최휘영 NHN 대표는 연합뉴스와 YTN 기자 출신으로 야후코리아 뉴스팀장, 네이버본부 기획실장, 네이버 부문장 등을 거쳤다. 석종훈 다음미디어 대표는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를 거쳐 2002년 미디어콘텐츠본부 부사장으로 다음에 합류했다. 이후 2006년 국내미디어부문 대표에 올랐고 지난해 9월 단독대표가 됐다.

◇'발명왕, 학원 강사, 발레리나...'

김남주 웹젠 대표는 고졸 CEO다. 미술고를 졸업한 후 회사에 들어가 배운 캐드(CAD) 실력을 바탕으로 3D 온라인 게임 '뮤'를 탄생시켰다. 수처리 환경 전문기업 젠트로의 변무원 대표 역시 고졸 CEO다. 건설, 토목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다 1989년 창업에 나선 그는 제4대 발명대왕상, 발명의 날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등 '발명왕'으로 통한다.

김남철 예당온라인 대표는 대부분이 영어권으로 유학을 가는 세태와 달리 대만에서 유학했다. 그는 대만사범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후 대만의 블루스카이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마야온라인 부사장을 거쳐 2004년 귀국했다. 예당온라인의 전신인 프리스톤에 게임사업본부장으로 합류한 후 능력을 인정받아 예당온라인 대표에 올랐다.

이밖에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2000년 회사 설립 이전에는 `손사탐`으로 불릴만큼 이름을 날렸던 학원강사였다. 웹젠과 마이클럽 사장을 지낸 이수영 이젠엔터테인먼트 사장은 발레리나 출신이다. 교육장비 기자재 전문 업체 이디의 박용후 대표는 10여년간 국제 기능올림픽 국가 대표선수를 양성해온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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