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여가가 돈을 벌어준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 2008.09.05 12:51

[머니위크 청계광장]

다들 어려운 불황기에 휴식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치스럽게 들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또 한해의 여름과 휴가철은 지나갔고 우리에게 휴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짚어보게 한다.

우선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는 휴가철인데도 월급날이 왜 이렇게 꼬박꼬박 빨리 돌아오는가 싶을 것이다.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는 멋진 휴가를 보내기에는 모자란 월급과 기간이 아쉬울 것이다. 부담 없는 휴가 ‘보내기’와 만족스러운 휴가 ‘다녀오기’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런데 휴식은 휴가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과 생활 속에 늘 함께 있다. 매일 휴식시간과 퇴근시간이 있고, 매주 주말이 있다. 숲에도 한낮의 태양이 지면 밤의 정적이 있고, 여름의 울창함이 지나면 겨울이 오는 계절의 순환이 있다. 야영장의 가로등을 최소한으로 켜는 것도 밤에는 숲이 쉬어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무도 풀벌레도 밤의 휴식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등반으로 심하게 몸살을 앓는 산의 경우에는 입산을 통제하는 안식년까지 주어진다. 목초지나 밭도 좀 쉬면서 땅기운을 되찾으라고 휴경을 하는 해가 있다.

그러기에 생산활동 속에 있는 경제뿐 아니라 휴식 속에 있는 경제에도 주목할 이유가 있다. 관광과 여가가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지 오래됐고 선진국일수록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의식은 아직도 산업생산에만 부가가치가 있다는 착시에 빠져 있지나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산과 계곡, 강과 바다, 특산품과 스토리를 품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의 잠재력을 너무 모르고 있다. 영국은 셰익스피어를 자랑하고 체코는 카프카를 자랑하지만 그들은 자랑만큼이나 많은 투자를 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셰익스피어의 생가와 고향은 박물관과 유적지가 되어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프라하도 카프카의 흔적을 잘 간직하여 휴식을 찾는 여행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더 오랜 역사와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고 있는 우리 산천과 마을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금맥이고 천혜의 자원이다. 다행인 것은 도시도 농어촌도 휴식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서비스할까를 생각하는 모습이 완연해졌다는 것이다. 많은 지자체가 관광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금산의 인삼, 화천의 산천어, 함평의 나비, 문경의 찻사발, 정선의 오일장과 레일바이크, 밀양 문화제, 평창의 이효석과 메밀꽃, 익산의 보석과 서동요 등 방방곡곡 보고 즐길 거리가 늘어가고 있다. 팜스테이를 유치하는 농어촌과 산기슭의 펜션도 늘어났다.

교통체증, 미흡한 안내표지, 빈약한 기반시설 때문에 휴가지에서 고생하고 돌아오면 휴가를 산업으로 이끌지 못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재충천을 위해 필요한 일상의 쉼터도 멀기만 하다. 가까이 있는 강과 산은 왜 그리 가까이 하기 어려운지. 휴식을 위해 지출할 의도가 있는 돈을 끌어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휴식산업이 아쉽다.

이제 휴식을 비용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휴식은 고부가가치를 품고 있는 생산의 장이다. 휴식을 보는 눈을 달리하면 직원들의 휴가도 만족스러워지고 참신한 사업 아이디어도 무궁무진 발굴할 수 있다. 휴식과 여가가 돈을 벌어주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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