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쏟는 제작·투자, 배급·상영서 체면치레

김일태 VIP투자자문 애널리스트 | 2008.09.09 12:30

[머니위크]김일태의 기업 이야기 / 영화산업

2004년 <태극기휘날리며>와 <실미도>가 천만 관객의 벽을 넘은 이후 한국영화의 최고 흥행기록은 2006년 <왕의 남자>, <괴물>에 의해 차례로 돌파됐다. 이러한 흥행 대성공의 사례들은 영화투자자와 제작자들에게 꿈과 희망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업황을 보면 'High Return'에 대한 기대를 재검토해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총관객수의 역성장

국내 극장의 총관객수 추이를 보면 2006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특히 1998년 멀티플렉스극장이 등장한 이후 멀티플렉스업체들의 공격적인 점포확장에 힘입어 관객수는 대폭 증가했다. 1996년 4227만명이던 총 관객수가 2006년에는 1억6674만명으로 약 4배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7년 전체적인 라인업의 부진과 2006년 한국영화 흥행돌풍에 대한 기저효과로 역성장을 경험했다. 현재도 멀티플렉스업체의 신규 출점은 계속되고 있지만 총관객수는 2006년을 정점으로 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총관객수추이(단위 : 만명)
자료 : CJ CGV

◆제작ㆍ투자는 부정적, 배급ㆍ상영은 긍정적

영화산업은 크게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의 4개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제작은 영화를 직접 생산해내는 분야이고, 영화제작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한다. 2007년 한국영화의 평균 순제작비는 약 25억5000만원을 기록했는데 주로 투자는 대기업계열의 투자배급사와 각종 영상투자조합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배급은 제작자로부터 생산된 영화를 유통시키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상영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개봉관을 확보하고 P&A(Print & Advertisement) 투자와 마케팅을 실시한다. 상영업체는 보유상영관에서 제작사에 의해 생산되고 배급사에 의해 유통된 영화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극장수입 이외에 매점수익, 광고수익 등의 비상영수익도 얻고 있다. 1998년 최초로 등장한 멀티플렉스극장은 2001년 21%의 점유율을 기록한 후 메가박스, CJ CGV, 롯데시네마의 공격적인 출점경쟁을 거쳐 현재 전체 극장점유율 85%에 달하고 있고 향후에도 이러한 추이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부분은 현재 군소업체가 난립해 있는 상황이며 투자부분은 주로 대기업계열의 투자배급사와 투자영상조합으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배급사도 와이드릴리스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대형배급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고, 극장사업 역시 멀티플렉스의 성장을 바탕으로 자금력 있는 대형사가 장악한 상태다.

결국 대기업들이 투자-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일괄시스템을 확립했는데 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 중 CJ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 CJ CGV (5,940원 ▼200 -3.26%)(극장)의 CJ가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후발 주자인 롯데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 롯데시네마(극장)의 롯데가 공격적인 확장을 하고 있다. 반면 쇼박스(투자배급), 메가박스(극장)를 보유하고 있던 오리온계열의 미디어플렉스는 지난해 메가박스를 매각함으로써 투자배급에만 전념하게 됐다.

수익분배방식을 보면 일단 관람료 수익은 상영업체 측과 투자배급사 측에 한국영화의 경우 5대 5, 외화의 경우 4대 6으로 분배된다. 배분된 금액에서 약 10%선을 배급사가 배급수수료로 가져간다. 남은 수익인 극장 매출의 약 45%는 총제작비용을 공제한 후 투자자와 제작사가 6대 4의 비율로 분배하는 구조로 돼있다.


즉 관람료에서 발생한 수익은 상영업체와 배급사의 경우 안정적으로 확보가 가능하지만 제작사와 투자자의 경우 총제작비용을 공제 후 분배하기 때문에 제작비보다 극장수수료와 배급수수료를 제한 수익이 적을 경우 적자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극장수익의 약 45%가 총제작비용보다 작을 경우 제작사와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돈은 한 푼도 없다는 의미다.

영화 수익배분 방식
자료 : 메가박스

◆High Risk - Medium Return 비즈니스

1996년 이후 연평균 순제작비와 P&A추이를 보면 1996년에는 평균 순제작비 9억원, P&A 1억원, 총제작비 1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6년에는 평균 순제작비 26억5000만원, P&A 15억원, 총제작비 41억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즉 관람객수가 4배로 늘었지만 제작비용도 그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연평균 순제작비 및 P&A 추이
* 자료 : 영진위, 단위 : 억원

2006년의 경우 평균 총제작비와 개봉 후 비용 등을 더한 평균 총비용이 약 50억2000만원에 이르고 있는데 평균 극장매출과 부가시장매출, 해외 판권매출을 더한 평균 총매출은 38억7000만원에 불과해 평균 수익률은 -22.9%에 불과하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전체 개봉영화의 17.3%에 불과하다. 2007년에는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돼 평균 수익률은 -43%로 떨어졌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총 13편으로 전체 개봉영화의 11.6%에 머물렀다.

영화 제작비용
* 자료 : 영진위, 단위 : 억원

2006년에는 <왕의 남자>와 <괴물>과 같은 High Return의 영화도 있었지만, 2007년에는 841만명을 동원하고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긴 <디워>가 흥행 1위를 했을 정도로 High Return을 찾아볼 수가 없다.

종합하면 한국의 영화산업은 투자, 제작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가 11.6%에 불과하고 평균 기대수익률이 -43%인 High Risk의 영역에 있으며, 그나마 배급, 상영 쪽이 안정적인 극장수수료 50%와 배급수수료 5%를 확보할 수 있는 Medium Return의 영역에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로선 수익성 측면에서 굉장히 어려운 비즈니스인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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