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한미 주가상승의 조건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8.21 08:34

최악은 지나…시간은 매수세력에 기울어

다우와 S&P500 지수가 사흘만에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이틀간의 낙폭에 비해 상승폭이 미미하고 5일 이평선과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주봉이 여전히 음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방향이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처지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각각 26.79%와 22.06% 급락하면서 1989년과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본충족이 어려운 이들 모기지 업체에 공적자금 투입이 임박했다는 인식이 하루 건너 투매를 불러내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파산은 모면하겠지만 공적자금 투입전 감자에 나설 경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휴지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서 얼마라도 현금을 챙기자는 패닉상태에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

암박과 MBIA 등 채권보증업체 주가도 각각 7.12%와 6.17% 떨어지며 전날보다 큰 낙폭을 보였다.

그러나 다우지수 30종목에 속한 금융주는 모두 상승했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2.36%, 세계 최대 금융그룹 씨티가 1.75% 올랐고, BOA 4.31%,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91%, JP모간 3.99% 등 5개 업체가 모두 상승했다.
리먼브러더스가 5.05% 오르며 4일만에, 메릴린치도 2.5% 상승하며 3일만에 위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휴렛패커드(HP)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5.7% 급등했다. 델컴퓨터 2.17%, AMD 2.15%, 애플이 1.33% 오르는 등 관련 종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인텔이 0.85%, IBM도 0.04% 하락하면서 기술주 전종목이 일제히 오른 것은 아니었다.

이렇듯 금융주와 기술주 업종 내에서도 종목별 등락의 편차가 여전한 것은 아직까지 증시가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날 중국 증시가 7%대 급등세를 보였지만 미증시 상승이 제한적임에 따라 이날 또 다시 중국 증시에 코스피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증시는 올림픽 이후 경기둔화 우려감으로 하락해왔는데 최근까지 지속된 주가하락으로 PER가 2005년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역사적 저점에 가까워졌다는 메리트가 생기고 있다.

중국 증시의 문제로는 밸류에이션을 떠나 유통물량 증가와 투자심리 악화로 꼽을 수 있는데 중국이 경기진작책을 구사하면서 주가 부양에 나설 경우 시간은 주식 매수세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하나대투증권 김진호 연구원).

코스피증시에서의 근본적인 문제도 금리라는 지적이 있다.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이 자본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데 대출관리를 타이트하게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회수한다면 한계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증시를 좌우할 수 있는 기초변수인 부동산 시장도 자유롭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적격 채권 중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BBB-) 채권의 금리가 10%를 넘어 2004년 3월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 자금사정이 위축된다면 증시 반등은 버겁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주가는 실적과 유동성, 그리고 밸류에이션에 좌우되는데 주가가 떨어질 경우 밸류에이션 매력은 높아지지만 대내외 유동성이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주가 단기 반등 모멘텀이 형성되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시장이 기존 박스권 밴드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정체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증시가 릴리프 랠리를 보이기 위해서는 △미국 양대 모기지 업체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미국 모기지 금리와 국내 시장금리 하락 △신흥시장의 위험프리미엄 축소 △물가상승 완화 압력 등 보다 확실한 시그널이 포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조건이 충족되기 전까지는 코스피가 1500대 박스권에서 등락하는 정도일 것이기 때문에 톱다운 접근보다는 바톰업으로 종목별 선별 매매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추천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미증시 상승의 3대 조건으로 △저축률 8% △주택시장 재고율 8개월치 △가계예산에서 차지하는 부채상환액 비율 감소를 언급했다.

지난 6월 미국의 저축률이 2.5%에 불과하며 기존 주택 재고율은 11개월치를 상회하고 있다.
현재 가계 예산에서 차지하는 대출금 상환비중은 가처분소득의 14.1%로 사상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현재의 대출금 상환비중을 10%로 줄이기 위해서는 2조달러에 달하는 부채 또는 35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상환금액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저축률이나 주택 재고율, 그리고 소득에서 차지하는 부채상환비율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하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56만원의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88%의 성공률과 20% 이상의 (연간)기대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베팅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최근 5일 연속 하락행진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상승은 코스피지수의 상승과도 같은 맥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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