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많은 인수전, 물러선 두산

더벨 박준식 기자 | 2008.08.20 14:14

두산重 플랜트 부문 확장의지..대우建 실패 이어 두번째 좌절

이 기사는 08월18일(17:5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발전 사업부와 담수플랜트 사업부가 해외에서 올린 매출은 각각 1조1293억 원, 6636억 원. 둘을 더하면 총 1조7929억 원에 달한다.

두산그룹의 이상하 전무는 올 초 "만약 플랜트 엔지니어링 관련 전문 인력을 더 보유하고 있었다면 수주를 두 배는 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국가들이 오일 머니를 두둑하게 가지고 막대한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고 있어 설비만 더 키운다면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의미였다.

두산은 몇 년 전부터 이 시장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2006년에 놓친 대우건설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해외에서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면 이를 건설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인력이 대우건설에 다수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이 중공업 분야의 그룹을 일구면서 육성하는 핵심사업 분야는 두산중공업의 담수플랜트와 두산인프라코어의 중장비 기계설비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각각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가 전신인 이 두 계열사가 국내보다는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일구고 나머지 계열사가 역량을 보완하거나 사업 시너지를 매개하는 식이다.

2004년부터 올림픽을 대비한 중국 발 특수가 생기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대 호황을 누렸다. 중국과 베트남 등 이머징 마켓의 개발붐이 품질 좋은 굴삭기를 만드는 기업에 커다란 선물을 안긴 셈이다. 자신감이 붙은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더하기 위해 지난해 약 5조원을 들여 밥캣을 덧붙였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자 두산중공업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보였다. 기업만 보면 훌륭하지만 그룹이 생각하는 수주 능력을 갖추려면 밥캣 규모의 인수합병(M&A)이 필요했던 것이다. 두산은 2006년 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을 사들여 발전소 보일러 원천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필요한 건 캐팩스(CAPEX)를 늘리는 것뿐이었다.

기업금융프로젝트(CFP)팀을 이끄는 이상하 전무는 당시 "이제 시장에 남은 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뿐"이라고 말했다.


두산이 올해 갑작스럽게 시장에 나온 대우조선 인수를 선언했던 이유는 이 매물이 그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 핵심 사업을 위해 인수 검토가 필수적인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시장에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엔지니어링 인력부족으로 수익창출 기회를 놓치고 있는 두산에겐 무리를 해서라도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게 주주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M&A 목표는 △사업 전망이 확실하고 △부채 활용 여력이 충분하며 △매물 가격이 적정하다는 전제 하에 타당성을 얻는다. 인수 시너지가 확실한 타겟이라도 시장 변동성이 예측 불가능하고 과열경쟁으로 인수가격이 적정가치 이상으로 오른 매물이라면 포기하는 게 주주가치에 부합하는 결정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위기가 1조원 이상의 메가딜 실패 위험을 높이고, 잇따른 대형 M&A가 그룹의 재무적 여력을 급감케 할 것이란 외부경고음이 두산의 인수전 참가포기를 이끌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 것이다. 여기에 포스코와 한화 등 쟁쟁한 경쟁 상대가 예상과 달리 마지막까지도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건 소모적인 경쟁을 부추길 여지를 크게 만들었다.

두산으로선 특히 악조건을 감수하고 인수전을 밀어붙일 명분이 부족했다.

실제로 두산이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자 △조선업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대우조선 노조의 반감 △딜 사이즈에 대한 부담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 등 여러 걸림돌이 잇따라 제기됐다. M&A에 있어 노하우가 충분한 두산이라도 여기저기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걸 고려하면 일찌감치 의사를 접은 게 사업역량을 분산시키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보면 차입비율이 많을 것을 예상한 후보가 인수 후 이자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두산은 앞으로 시장 악화에 따라 적정가치보다 싸게 나온 1조원 이내의 대체 매물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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