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폭락… 흔들리는 미국

유일한 기자, 홍혜영 기자 | 2008.08.26 11:32
미국의 상징인 '블루칩' 다우 지수가 흔들리고 있다. 씨티그룹, 제너럴 모터스 (0원 %)(GM)에 이어 AIG의 주가가 13년전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다우를 구성하는 여러 기업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고,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것.

30개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는 '주식회사 USA'를 대표한다. 흔들리는 다우는 신용위기로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있는 미국의 위상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AIG의 심상치 않은 추락

AIG는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0원 %)의 약자다. 이름 그대로 미국을 대표하며, 세계 각지에서 보험 영업을 하는 세계 최대 보험회사다. 그런 AIG가 신용경색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며 큰 위기를 맞고 있다.
AIG는 지난 5월 채권과 주식 매각을 통해 203억달러를 확보했으며, 지난 2분기 54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AIG가 3분기 연속 낸 적자 규모만 185억달러에 달한다.

결국 작년 10월 70달러가 넘던 AIG의 주가는 25일(현지시간) 현재 18.78달러에 불과, 73%가 넘게 추락했다. AIG의 주가는 13년 전인 1995년 8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부정적인 실적전망과 목표주가 하향이 촉매가 됐다.

크레디 스위스 그룹은 이날 AIG의 목표주가를 기존의 30달러에서 22달러로 하향했다. 크레디스위스는 "대규모 자본조달 필요성에 따른 주가 희석 위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신용부도스왑(CDS)사업부문 위험 축소에 필요한 비용 등을 감안, 이같이 하향한다"고 밝혔다.

크레디 스위스는 또 AIG가 3분기중 주당 86센트의 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 주당 13센트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해 4분기 연속 순손실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현재의 시장상황 하에서 AIG가 당초 예상했던 26억달러의 손실보다 훨씬 늘어난 6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AIG의 신용등급이 무디스나 S&P로부터 한단계 떨어질 경우 담보가치 유지를 위해 133억달러가 추가로 필요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AIG가 자본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흉흉한 경고를 했다.

골드만삭스의 토마스 콜노키 애널리스트는 "AIG는 신용디폴트스왑(CDS)에 200억달러를 지불해야만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대규모 자본 확충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콜노키는 자본 확충이 없다면 신용등급 하락이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와 S&P는 지난 5월 AIG의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3분기 이후에도 실적이 개선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GM, 유동성 위기… 꼬리무는 부도설

GM도 미국 제조업 가운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GM주가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77% 폭락했다. 40달러를 넘던 주가가 10달러 인근으로 추락했다.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설 당시 주가는 8.8달러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사들의 북미시장 공세에 밀려나고 고유가에 타격을 입으면서 실적이 대거 악화됐고, 신용등급은 추락을 거듭 하고 있다.

지난 13일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는 GM의 현금 흐름에 대한 우려와 미국 내 자동차 판매 감소를 감안해 GM의 채권 등급을 'B3'에서 'C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Caa1은 투자적격의 가장 낮은 등급인 Baa3 보다 무려 7단계나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등급조정 직후 "자동차 소비자들의 트럭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짐에 따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긍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한 도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등급이 더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도(S&P) 지난달 말 GM 신용등급을 'B-'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이달 초 북미 자동차 판매가 20% 감소했고 2분기중 155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공개하자 GM의 위기설은 한층 증폭됐다. 4분기 연속 손실이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중 GM이 보유한 현금이 마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GM의 유동성은 2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짐 레이드 도이체방크 신용 투자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가 건강할 때에도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이었다"면서 "경제가 2009년에 걸쳐 회복되지 않을 경우 GM과 포드는 중대한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씨티그룹 조용한 태풍

고점대비 70% 급락한 씨티그룹은 가장 먼저 다우의 위기를 예고한 장본인이다. 최근에는 조용하지만 신용위기로 인한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연초 30달러 육박하던 주가는 현재 17.61달러다. 씨티그룹은 이번 신용위기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입었다. 25일 클린턴행정부 재무장관출신인 로버트 루빈 그룹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금까지 씨티그룹이 신용과 관련해 단행한 상각과 입은 손실은 551억달러이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혈한 자금은 491억달러에 달한다. 모두 세계 1위다.

채권발행 전문 계열사(콘듀잇)을 두고 대규모 부채담보부증권(CDO)을 찍어낸 결과였다. CDO에는 위험도가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을 적지않게 담았다.

윌리엄 타노나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메릴린치의 CDO 매각 사례대로라면 씨티가 162억달러의 더 상각을 해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도 타노나 애널리스트는 씨티그룹은 모기지와 소비자 신용 노출 비중이 높은 반면 모간스탠리는 최상의 포지션을 가진 증권사라며 씨티를 팔아라고 주문했다.

지난 2분기 2분기 25억달러(주당 54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한 씨티는 3분기에도 손실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지난 12월 취임한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2~3년간 4000억달러의 자산을 처분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렇게되면 자산 1위인 씨티의 외형은 위축이 불가피하고, 다우지수에서도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GE는 사업분할 계획, 고유가에 망가진 보잉

유일하게 다우지수의 태동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GE는 성장성 정체에 부딪혀 사업부 매각, 분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가전과 조명 사업을 하고 있는 소비 및 산업 부문은 분사하기로 했다. 가전 사업은 외부에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하이얼, 한국의 LG전자 등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보잉은 고유가에 날개를 잃었다. 작년말 10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는 64.07달러까지 떨어졌다. 다수의 중소 항공사들이 부도를 낸 상황에서 그나마 보잉이었기에 이나마 유지한 것이다. 휘청이는 다우지수를 지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코카콜라 프록터&겜블 맥도날드 월마트 등이다.

분명한 것은 폭발적 성장세를 구가하며 미국 경제를 세계 선두로 이끌고 있는 기업은 다우 30개 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 다우지수의 정식 명칭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로, 각 업종의 선두 기업 30개를 골라 주가를 평균해 산출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1896년 12개 기업을 대상으로 40.94로 공식 출발했다. 1999년3월30일 1만선을 돌파했다. 최초 편입 12개 기업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회사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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