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류 회사' 다니면 '1류 인재'인가

손주현 ㈜솔루션 상무  | 2008.08.20 12:31

[경력관리 A to Z]당신의 브랜드 파워는 몇 점?

"이직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전부 잃는 거 아닌가요?"

30대 후반 혹은 40대 직장인들이 이렇게 이직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일보다는 회사를 보고 직업을 선택하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회사보다는 일이 먼저'라는 사고방식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지금의 40대 직장인들이 첫 취업을 시작했던 시기에는 일보다는 회사가 중요한 평가기준이었다. 평생 직장을 보장 받으려면 그만큼 재정이 탄탄한 직장에 입사를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MF를 기점으로 일류 대기업에서도 나이든 고참사원을 회사 밖으로 밀어내는 이른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러한 사건을 겪으며 40대 직장인들도 대기업이 정년을 보장해주는 안전지대가 아님을 절감했다.

하지만 한번 머릿속에 뿌리 박힌 의식은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중년의 직장인들에게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는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러한 생각이 이직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

이직이 당연시 되는 요즈음, 스스로 그 장벽을 부수지 않는다면 시대에 적응할 수 없게 된다. 이제 회사는 '일터'이상의 의미는 갖지 못한다. 그런데도 많은 40대 직장인들은 현재의 회사에 입사했다는 것과 또한 그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그 회사 사람으로 남았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하는 일보다 어느 회사 사람이라는 것이 사회에서의 신분을 나타내준다고 아직도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막상 회사를 옮겨보면 '어느 회사에서 일했느냐'보다 '어떤 일을 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직시 일보다 어떠한 회사로 옮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그릇된 관념을 가급적 빨리 버려야 할 때다. 아울러 그러한 마음가짐이 이직 준비의 첫 번째 단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일하는 기업의 실적이나 인지도, 브랜드파워를 자기 자신과 분리해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이때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할 때 명함을 내어 놓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가 보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회사를 이야기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정도가 어느 선인지 자신 스스로 평가를 해보는 것이다. 아마도 회사를 밝히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어서 금방 회사 이름을 밝히거나 혹은 상대가 먼저 물어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먼저 자신이 하는 일을 먼저 풀어나갈 수 있다면, 그리고 나서 회사를 이야기 한다면 훨씬 더 근사한 인물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직장인은 자기가 속한 회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같은 회사에 20년 이상 근무를 하게 되면 회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꽁꽁 묶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 질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회사와 자신을 따로 떼어놓고도 다른 사람과 대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느냐는 자신 스스로의 가치가 빛날 것이다. 물론 회사에 대한 일체감이나 충성심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업무에 대한 동기유발도 생겼을 것이고, 오랫동안 그 회사에서 활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회사에 대한 일체감이나 충성심은 업무 능력과 별개이다.

업무 능력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없다면, 그 사람은 회사의 수많은 구성원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회사인간' 일 뿐이다.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거나 적극적으로 이직을 고려할 때, 회사인간적인 사고방식은 심각한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 놓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회사 인간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회사 이미지 외에 자신 스스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자신을 가꾸어 왔는가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자각했으면 회사는 어디까지나 내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며, 회사와 직원은 서로 필요에 의해 만난 대등한 관계라고 사고를 전환하자. 그러면 일보다 회사를 중시하는 어리석음에서 조금씩 헤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몸담은 회사가 대기업이거나 한창 잘 나가는 기업이라면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보다 안정적이라는 환상을 품을 수 있다. 물론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생활(맞선을 본다거나 모임을 갔을 때)에서도 회사 브랜드의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브랜드'와 '개인의 가치'는 별개이다.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일단 벗어던지면, 그동안 자신의 능력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했는지 깨달을 수 있다. 회사에 브랜드파워가 있다고 개인에게도 브랜드파워가 생기지 않는다. 일류 대기업에 오래 근무했다고 해서 스스로 일류 직장인이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오래 전 한 경제신문에서 기업의 수명은 30년이라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경제발전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 지금, 30년의 수명은 더욱 단축되고 있다. 지금 활황인 산업도 10년 뒤, 아니 5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는 기업보다 몇 년 뒤 활짝 피울 것 같은 기업에서 일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내리막길을 가지 않을까 마음 졸이기보다는 땀 흘리며 오르막을 오르는 편이 훨씬 보람차고 맘 편한 법이니까.

그리고 이미 전성기를 누리는 기업은 내리막에 접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유명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회사의 브랜드파워를 떼어놓았을 때 과연 자신에게 무엇이 남겠는가? 자신의 시장가치가 어떠한지 냉정히 판단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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