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냉전악몽…러 증시 휘청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08.08.20 10:07

(상보)나토 "러시아와 '정상적 비즈니스'할 수 없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와 '정상적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러시아증시가 5%대 폭락했다. 미국도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강경 발언을 러시아에 쏟아내 투자심리는 한층 더 얼어붙었다.

19일(현지시간) 원유ㆍ가스주가 주축이 된 러시아 RTS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2% 폭락하며 하루만에 70억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국영가스회사인 가즈프롬과 러시아 2위 규모 루코일이 7%이상 급락하며 RTS 원유ㆍ가스 업종지수는 6.7% 하락했다. RTS 금속ㆍ광산 업종지수도 3.9% 주저앉았다.

◇나토-미국, 러시아에 '옐로카드'..냉전 분위기 물씬

이날 나토는 잠재적 회원국인 그루지야에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내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의 요청으로 소집된 나토 긴급 외무장관회의에서 "지난 6월 이전 상태로 러시아군이 물러서지 않는 한 나토는 러시아와 '정상적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며 러시아와 맺은 일반적인 최고수준의 관계(regular top-level ties) 가 중단됐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나토는 그루지야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나토ㆍ그루지야 협의회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입장은 더 강했다.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은 "러시아는 군사력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있다"며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라이스는 "모스크바는 이미 나토에 가입한 나라와 가입을 원하는 나라들을 분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나토는 진입을 막는 어떤 새로운 라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라인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스가 강조한 라인은 냉전 시기 소비에트 연방과 나토를 갈랐던 철의 장막을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나토 대표인 드미트리 로고진은 "나토가 과거에 그루지야를 회원국에 넣었다면 서방과 러시아는 이미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푸틴 효과'와 겹쳐 타격 더욱 커
나토와 미국의 강경 발언은 러시아 증시에 즉각 반영됐다. 마리나 이클리 벨레스 캐피탈 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는 나토의 강경 발언이 나온 직후인 오후 1시 무렵(현지시간)부터 러시아증시의 급락세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증시 폭락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총리의 발언으로 증시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불거져 충격이 더욱 컸다.

푸틴 총리는 지난달 24일 메첼이 탈세를 목적으로 해외 수출용 원자재 가격을 국내 가격의 절반으로 매기고 있다며 이고르 주진 메첼 대표를 고소했다.

푸틴의 발언 이후 러시아 증시는 급락세를 이어나가 지난 25일간 18% 급락했다.

푸틴의 발언이 있었던 지난달 24일 모스크바 증시에서 러시아 1위 철강회사인 세버스탈과 12%, 런던 증시에서 러시아 2위 철강업체 에브라즈는 14% 각각 폭락했다. 뉴욕증시에서도 메첼 주가는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돼 50% 가까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약세 외에 철강업체 메첼(Mechel)과 관련한 정치권의 개입 등이 최근 러시아 증시의 급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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