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비관이 극에 달할 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8.20 08:19

선물 미결제 11만개는 고점…1500선 하방경직에 무게

미증시가 또 떨어졌다. 미달러가 약세로 돌아섰고 국제유가(WTI)는 나흘만에 반등했다.
7월 주택착공과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미국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모기지발 신용위기가 그치지 않으면서 금융주 침체가 지속됐다.

파산설에 휘말린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하락세를 이어갔고 AIG, BOA, 씨티, JP모간,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메릴린치에 최근 나흘간 상승세를 이어가던 암박, MBIA 등 금융주가 모두 떨어졌다.

상하이, 선전지수 등 중국 증시에 이어 홍콩 항생지수,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지수, 브라질 볼베스타지수가 연저점을 경신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증시는 2% 넘게 급락했다.

이같은 해외증시 동향은 전날 장초반 1528대까지 추락한 코스피지수의 1500선 붕괴 가능성을 높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인이 전날같은 공격적인 현·선물 동시 순매도를 이어간다면 코스피지수가 1400대로 주저앉은 뒤 1200∼1450선으로 한단계 레벨을 낮출지 모른다.

하지만 극에 달하고 있는 비관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장담하긴 이르다.
전날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던 다우 30종목에서 셰브론, 엑슨모빌, 존슨앤존슨 등 3개 종목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정유업종이야 유가 반등의 수혜 때문이라고 해도 존슨앤존슨처럼 사상최고치 경신을 앞두고 있는 종목도 존재한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WTI가 배럴당 114달러선을 회복했지만 두바이유는 108달러선으로 낙폭을 넓혔다. CRB상품지수가 이틀 연속 반등세를 보였지만 국제 상품가격 하락추세는 확고하다.
상품가격 하락을 경기 침체의 신호로 보는 부정적인 인식이 최근 글로벌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상품가격 앙등과 마찬가지로 하락마저도 증시 악재로 유지된다는 것은 지나친 비관론이다.

파산설에 휘둘렸던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주가 하락폭은 각각 2.3%와 5.0%에 불과했다. 전날 22.3%와 25.0% 급락한 것에 비해 미미한 낙폭이다.
파산이 확실하다면 계속적인 급락세를 보여야 마땅하지 이처럼 회생의 빌미가 제공되지 않는다.


리먼브러더스만 13.0% 급락하면서 전날(-7.1%)보다 낙폭을 확대했을 뿐 주초 미증시 급락 여파를 벗어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프프라임 위기가 단순히 주택가격 버블 붕괴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미국 금융시스템의 붕괴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전망이 난무하다.

재정과 경상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경제가 영원히 유지될 것이라는 환상에 젖은 채 저축보다 부채를 이용한 소비를 일삼았고 복잡한 파생상품과 레버리지를 높이는 금융상품이 속출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월스트리트가 궤멸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에 한 두개의 대형 은행과 유수한 제조업체의 몰락을 보기 전까지는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부 석학들의 주장이다.

언젠가는 그런 경우가 생기면서 팍스아메리카의 위상이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닌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아무튼 미증시의 연이은 하락으로 이날 코스피증시는 한번 더 힘겨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전날 상승업종이 하나도 나오지 못했던 코스피증시가 이날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먹구름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한줄기 빛이 보일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때다.

무엇보다도 외국인의 매도공세 지속여부가 관건이다. 대규모 현·선물 동시 순매도가 지속된다면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순매수가 15일째 이어지더라도 전약후강 장세를 만들기 역부족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수선물 미결제약정이 11만계약을 상회했다는 것은 주가 하락의 끝자락에 도달했다는 심정을 갖을 만한 일이다.

선물 미결제약정이 11만개를 넘어선 것은 지난달 9일과 18일 이틀이었으며 10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뚫고 내려간 바 있다.

장중 1400대로 진입했지만 종가 기준으로 한번도 1500선을 내주지 않았던 코스피의 하방경직성에 무게를 둔다면 이날 초반 주가 급락세가 출현할 경우가 더 없는 매수기회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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