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기앵커, 헤지펀드 대박 꿈 '일장춘몽'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8.20 04:24

CNBC '스타' 로널드 인사나, '상투'에 펀드설립해 14개월만에 '백기'

월가 전문 앵커로서 인기를 누리는데 그치지 않고 헤지펀드 운영에 직접 뛰어든 한 앵커의 도전이 결국 물거품으로 끝났다.

미국의 금융전문 케이블TV CNBC의 앵커로 10여년간 월가의 주요 인사들과 헤지펀더, 금융회사를 담당해온 로널드 인사나(47)씨는 2006년 3월 마이크를 놓고 직접 월가로 뛰어들었다. 헤지펀드들에 투자하는 '펀드 오프 펀드'인 '인사나 캐피털 파트너스'을 설립한 것.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사나는 운용을 시작한 이후 14개월간의 고투끝에 2주전 투자자들에게 '회사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돌리고 두 손을 들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졸업하고 FNN방송의 프로듀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사나는 CNBC에서 장중 증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스트리트 사인스(Street signs)', 저녁 프라임시간대의 간판 프로 '비즈니스 센터' 등을 진행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두차례나 단독 인터뷰하고 USA투데이에 '인사나와 함께하는 비즈니스 이야기'컬럼을 연재했으며, 여러개의 라디오 경제프로그램에 고정코너를 갖고 있었다. 1987년 증시 붕괴 관련 보도로 '골든 에이스'상을 수상했으며 9.11사태 취재로 '에미상' 후보에 올랐던 '스타 앵커'였다.

월가의 날고 기는 헤지펀드들과 돈독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인사나가 펀드오브 펀드를 설립한 것은 당시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였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대가 칼 아이칸이 운영하는 아이칸 파트너스, 월가 최고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꼽히는 제임스 시몬스가 운영하는 르네상스 테크놀러지, 시몬스와 월가 선두를 다투는 스티븐 코헨이 운영하는 SAC 캐피털 등, 일반인들은 돈이 있어도 접근 자체가 안되는 이들 펀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은 충분했다.

헤지펀드들이 보통 수익의 20%에 달하는 성과보수 외에 수익률에 상관없이 2%의 운용보수를 받는데 비해 그는 1.5%의 저렴한 운용보수를 내걸고 투자자들을 모집했다(르네상스 펀드의 운용보수는 5%, 성과보수는 40%에 달한다).


그가 모집한 금액은 1억1600만달러(한화 약 1200억원). 적지 않은 돈 같지만 당초 인사나가 꿈꿨던 '대박'은 물론 헤지펀드를 운영하기에도 빠듯한 금액이었다.
앵커로서 시청자들이 보여준 신뢰와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투자들이 기대하는 능력과의 괴리를 보여주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결정적으로 인사나가 월가행을 결심하게 된 시기는 미 주식시장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던 시기였다(언론계 인사들이 '닷컴 기업'으로 대거 이동한 1990년대 후반 역시 IT버블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운용을 시작한 이후 지난달말까지 S&P500 지수는 15% 가량 하락했다. 인사나의 펀드는 마이너스 5%의 수익률로 그런대로 선전했지만 수익을 내야만 받을 수 있는 '성과보수'는 '제로'였다.

1.5%의 운용보수 174만달러 가운데 '제너럴 파트너(GP)'를 맡은 도이치뱅크에 절반을 지불하고 인사나의 손에 남은 돈은 87만달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새로 들어오는 돈 없이 87만달러로 사무실 임대료, 운용 관련 장비, 애널리스트 등 7명의 직원 월급 등 비용을 지불하며 버텨오던 인사나는 결국 헤지펀드 대박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인사나는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극도로 어려운 자금조달 여건 속에서 현재의 회사 자산규모로는 영업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코헨의 SAC캐피털에 '취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2002년 쓴 책의 제목은 "트렌드 워칭(Trend Watching):부제-다음 투자에서는유행·광풍·거품에 속지 마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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