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포감 떨치기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08.19 16:48
최근 한 투자자문사 고위직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해전 한 증권사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우리사주를 나눠줬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무렵 증시가 활황을 맞아 증권주가 연일 치솟았던 시기였다.

당시 이 증권사에 몸담고 있던 이 고위직이 주식을 처분한 직원들을 살펴보니 고위급부터 말단 순으로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처분 가격은 주식을 가장 먼저 판 고위급이 가장 싸게 팔았고 말단이 가장 비싸게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급은 증권주가 당시 연일 오르자 조만간 고꾸라질 것이라는 공포감에 제일 먼저 서둘러 주식을 처분했다. 이어 부장급과 과장급 등이 윗 선에서 파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추격 매도를 서둘렀다는 설명이다.

말단은 윗분들의 주식 매도 소식을 들어도 요지부동이었다고 했다. 부서의 직속상관이 주식을 팔아치웠음에도 불구하고 말단들은 가격의 움직임에 구애받지 않았다. 1년 이상을 더 주식을 들고 있던 말단들은 자금이 필요할 때 천천히 매도에 나섰다. 결과적으로는 가장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처분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남겼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가장 먼저 주식을 팔아치운 고위급과 말단의 매도 가격이 3배 이상 이르렀다는 게 요지였다.


이야기를 해준 투자자문사 고위직은 "결코 주식은 서둘러 매도하면 안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같은 진리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행동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증시에 수십년간 파묻혀 살아가는 인생 탓에 공포심으로 '나무만 보고 숲은 볼 수 없더라'고 투자자문사 고위직은 토로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500선대에 갇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코스닥지수도 500선이 위협받는 등 혈압 오르는 소리만 가득하다. 불과 2달전 만해도 여기저기서 들리던 낙관론은 자취를 감췄고, 신중론과 비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투자의 대가 워렌버핏의 '남들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가 주식을 살 때"라는 말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공포감을 떨치면서 주식보유자는 때를 기다리면서 강태공처럼 세월을 낚고, 추가보유자는 널려있는 싸고 우량한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주식은 언젠가는 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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