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상, 물가 못잡고 경기만 잡나?

방명호 강효진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2008.08.19 14:00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고삐 풀린 물가를 잡겠다는 것인데, 물가는 잡지 못하고 경기만 더욱 위축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많다.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고 이자를 갚는 중소기업 사장까지 나오고 있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은 이자부담이 늘어 지갑 끈을 더욱 죄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과연 적절한 것일까? 어려운 경제 상황에 금리 인상마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 봤다.<편집자>

◆ #1 실적은 주는데 이자 부담은 늘어나고...

인천 남동 공단에서 24년간 임가공 업체를 운영 하고 있는 신규식(58) 대한금속 사장. 신 사장은 요즘처럼 어려운 때가 없다고 말한다. 제품의 80% 정도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한금속은 주요 원자재인 철과 알루미늄 가격이 올 초보다 100%이상 오르면서 사정이 안 좋아졌다. 게다가 경기부진으로 판매도 많이 줄었다.

신 사장은 “이번에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인상시켜 대출 이자부담이 늘었다” 며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 따라가긴 해야겠지만 원자재 값도 오르는데 이자부담마저 늘어 기업하는 입장에선 아주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이다.

그는 남동공단 44블럭 10루트에서 2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기업 사정이 나빠지자 공장 하나를 처분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같이 일하는 30여 명의 직원들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 그는 “지금은 어느 업체든지 직원들하고 현상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중소기업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08년 상반기 중소기업 자금사정’조사 결과, 중소기업체 절반 이상(66%)이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 환경에 처하자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중소기업으로서는 고충이다.

본지가 조사한 결과 기업의 운전자금 대출금리는 신용 등급 BB+에 1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금리(6개월 만기, 무담보 기준)는 6개월 전보다 국민은행(7.0%~7.8%)은 0.8%P 올랐고, 기업은행(7.2%~7.7%)은 0.5%P 상승했다.

소한섭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팀장은 “내수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준 금리 인상은 중소기업의 금융부담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처럼 운영자금이 충분치 않아 은행 차입에 의존해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대출금리 상승에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2 집팔아 이자 냈는데 금리 더 올라 감당 어려워

경기도 안산의 반월 공단에서 2년 동안 실리콘 업체를 운영하는 이상희 사장. 이 사장은 "2006년 6.5%였던 대출금리가 올해엔 10%대에 이른다"며 "기업운영에 대출이자가 큰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현재 그는 은행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공장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

이 사장은 “경기가 안 좋아 주문량이 많이 줄었다”며 “집도 팔아서 은행 이자를 감당했는데 요즘에 와서 금리가 또 오르면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소한섭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 팀장은 “중소기업들의 경영 의욕을 고취하고 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인 금리 운용 정책이 필요하고 급격한 대출 축소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자금과 신용 보증 공급 등을 확대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기업만 힘들다고? 개인도 어렵긴 마찬가지!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개인에게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가구가 대출을 받아 살집을 마련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높아지는 것은 개인에게 큰 부담이다. 여기에 전기, 가스 등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맞물리면서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훨씬 싸늘하다.


사당동에 사는 이모씨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몇 년전 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 1억 8000만원을 받았다. 이 씨가 지난해 8월 적용받은 대출금리(변동형)는 6.78%. 현재(8월19일) 대출 금리는 7.3%로 일년 사이에 0.52%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지난 7일 한은의 금리인상 이후 CD금리가 0.42%포인트나 올라 8월 하순에 조정될 금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그는 “나도 모르게 금리가 올랐다”며 “돈 없는 사람들은 원금 상환에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하루하루가 벅차다”고 한숨을 쉰다.

실제로 현재 시중 은행의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지난달에 비해 0.4%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CD금리와 연동되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국민, 신한,우리, 하나 은행 같은 대표적인 은행들의 고정형 금리는 7%후반에서 9%대까지 올라 있는 상태다.

은행들이 개인에게 실제로 적용하는 금리는 개인의 신용도나 은행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실제 금리는 이 보다 더 높은 경우가 많다.

◆금리 인상, 물가 잡는 대책이 될 수 있나!?

이번 금리 인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경기는 안 좋은데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 현 경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상이 물가를 잡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기획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직간접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원칙적으로는 대출 금리 인상 같은 측면의 부담이 있어야 실제 금리 인상의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재경위)도 “현 상황에서 서민들의 부담과 중소기업의 고충이 엄청 크리라고 생각된다”면서도 “인플레 상황에서 성장이란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듯이 이번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잘 한 조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이번 금리 인상은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써나 효과면에서 무리가 있다”며 “최근 물가 상승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므로 금리 인상을 통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경기 침체기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칫 소비심리라든지 투자 심리를 더욱 냉각시킬 수가 있다”며 “경기 하강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지금 금리 인상은 시점 면에 있어서도 무리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 팀장도 “통상적으로 물가 안정 대책을 금리 쪽에서 기본 방향을 잡는 것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금융 비용 상승만 초래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9%. 6월에 이어 7월도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8월엔 6%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7월 생산자물가상승률이 1~2주의 시차를 두면서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6%대 물가 상승률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물가를 끌어 내리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은 물가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물가 상승이 국제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것이어서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물가가 잡힐지는 미지수다. 특히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경기는 더욱 위축시키면서 물가는 잡지 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을 포함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효과와 경기 부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이 경기를 나쁘게 하는 것은, 국민은 물론 한국은행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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