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단순 분산투자의 매력

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08.19 08:57
분산투자 이론에 의하면 투자가들은 개별 자산에 투자하기 보다는 여러 자산에 나누어 투자를 함으로써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산 투자의 이익은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을 경우 한 바구니에 몰아 넣을 때에 비해 계란이 모두 깨질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분산투자시 바구니별로 얼마나 많은 계란을 담아야 할까요. 이에 대해 전통적인 분산투자 이론은 투자가들이 개별 자산의 예상수익률과 그 변동성, 그리고 다른 자산의 수익률과의 상관 관계를 고려하여 자산별 투자액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즉, 투자가들은 (i) 예상수익률이 높은 자산, (ii) 변동성이 낮아 예상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자산, (iii) 다른 자산의 수익률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보다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분산 투자 이론은 1950년대 마르코비쯔(H. Markowitz)가 처음 제기하였고 이러한 공적으로 그는 199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산별 투자액을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별 예상수익률, 변동성과 상관관계는 미래의 일이라 투자시점에 확실히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가들은 동 변수들의 추정을 위해 과거 자료를 이용하고 복잡한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는 등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최근 이러한 노력들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에 대한 논문(DeMiguel, Garlappi, and Uppal, "Optimal Versus Naive Diversification: How Inefficient is the 1/N Portfolio Strategy", Review of Financial Studies에 게재 예정)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전통적인 분산 투자 이론부터 최신 연구들에 이르기까지 자산별 투자액을 결정하는 방법들로 제안되었던 14가지 방안들과 투자액을 자산별로 동일하게 유지하는 단순 분산투자의 투자 결과를 비교하였습니다. 단순 분산투자를 비교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투자자들이 모든 자산의 예상 수익률, 변동성 및 상관관계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자산별로 투자액이 같아지기 때문입니다.

비교결과는 놀랍게도 지금까지의 그 어떤 방법도 단순 분산투자의 투자결과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그 이유는 그동안 제안되었던 방법에 의해 추정된 미래의 수익률, 변동성 및 상관관계와 실제로 실현된 수익률, 변동성 및 상관관계와의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까지 제안된 방법들 중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그 예측결과를 토대로 투자를 하여 초과수익을 얻고자 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분산투자 이론들에서 제안된 그 어떤 방법도 단순 분산투자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는 투자가들이 자신들의 미래 예측결과를 보다 조심스럽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일 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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