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현장]국회에서 찬밥된 '방통위'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 2008.08.20 09:02

미래 짊어질 역할·위상 인정못받아…문광부 상임위 더부살이?

방송통신위원회가 18대 국회에서 '찬밥신세'다.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소관할 상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거듭하다가, 끝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광위)'에서 방송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 때문에 문광위의 역할은 막중해졌고, 막중해진 무게만큼이나 위원장 자리를 놓고 당내 다툼도 치열하다. 한나라당 몫인 문광위 상임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경선까지 치를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선을 벌이는 의원들이나, 문광위에 몸을 담겠다고 자처하는 여야 의원들 모두 역할에 걸맞게 상임위원회 명칭을 결정했는지 되돌아보는 이는 없는 것같다.

통상 국회 상임위의 명칭은 소관 부처의 명칭과 맥을 같이 한다. 통일부와 외교통상부를 소관하는 상임위 명칭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라고 하듯이, '문화체육관광상임위원회'라는 명칭은 문화체육관광부를 소관하는 상임위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물론 문화체육관광상임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를 다룬다. 그러면서 방송통신 분야도 다루도록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당초에는 두 기관을 함께 관장하는 상임위 명칭을 '문화체육관광방통상임위원회'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름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명칭변경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새 정부와 함께 야심차게 출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졌다. 상임위 간판 어디에도 '방송' '통신'이라는 명칭을 달지 못했으니, 문화체육관광부 상임위에 더부살이하게 된 모양새다.

국회 상임위 명칭은 상징성이 강하다. 17대 국회에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소관하던 상임위 명칭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라는 긴 이름으로 정한 것도 그런 상징성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가 방통위 소관 상임위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18대 국회가 방송통신 분야를 미래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세기 국내 미디어 산업 부흥과 새로운 규제 정책을 위해 3년간의 진통 끝에 탄생한 조직이다. 방송과 통신뿐 아니라 '융합'을 포함한 미래 산업과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도 분명 있다. 조직적 위상으로만 봐도 국회는 방통위를 담당하는 별도 상임위를 구성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아쉽게도 18대 국회는 오랜 산고끝에 출범한 방통위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같다. 별도 상임위 구성은커녕, 문패도 제대로 달지 못하는 셋방살이 신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한나라당 문광위원장 경선에서 고흥길 의원이 최종 후보로 당선, 국회 본회의 선출만을 남겨두고 있다. 고흥길 위원장 후보의 첫 임무는 상임위 명칭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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