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나의 조국'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 2008.08.18 11:28
광복절이 지났으니 여름 더위도 막바지인 듯 합니다.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강원 평창 대관령에서는 올해로 5회를 맞은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한창입니다.
 
음악과 영상과 문학이 함께 한다는 의미로 '음악-이미지-텍스트'를 주제로 한 대관령 국제음악제는 대표 연주곡이 대부분 현대음악인데도 공연마다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쇠락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고, 실제로 외국 유명 극장들조차 청중이 줄고 있다며 아우성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클래식 음악축제의 열기는 뜨겁기만 합니다.
 
세계의 저명 음악축제는 대관령 국제음악제처럼 여름철에 많이 열립니다. 이탈리아의 '베로나 오페라축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이 지금 한창 세계 각국의 피서객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세계 음악축제의 선두는 체코 '프라하의 봄' 음악제입니다. 드보르자크로 대표되는 체코음악은 무척 애상적이어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습니다.
 

체코 프라하의 봄 음악제는 매년 5월12일 유서 깊은 스메타나홀에서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을 연주하는 것으로 전야제를 시작합니다. 이 날은 대통령도 참석합니다.



☞ 라파엘 쿠벨리크가 지휘하는 스메타나의 '나의조국'중 2악장
'블타바'(몰다우) 듣기

 

스메타나는 우리나라 안익태와 비슷한 체코의 저명한 국민 작곡가입니다. 그는 체코가 오스트리아제국의 지배를 받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귀국해 국민음악 운동에 나섭니다. 대표작 '나의 조국'은 조국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자긍심을 표현한 국민파 음악의 정수입니다. 안익태의 '한국환상곡'과 비슷합니다.
 
1990년 소비에트 정권이 붕괴되고 체코는 민주화가 됐습니다. 그해 5월 열린 프라하의 봄 음악제에선 체코가 공산화하면서 영국으로 망명한 체코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라파엘 쿠벨리크가 42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와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을 연주합니다. 지휘자 쿠벨리크도 울고, 프라하 시민들도 울고, 하벨 대통령도 울었습니다.
 
광복과 민주화, 그리고 '나의 조국'은 누구에게나 늘 이렇게 가슴 뭉클하게 하는 모양입니다.
 
광복 63년입니다. 올해 광복절은 대한민국 건국 60년과 겹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정치권은 광복이냐 건국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지만 광복도 건국도 모두 중요합니다. 광복 없이 건국이 있을 수 없고, 건국 이후 나라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면 광복의 의미도 퇴색됐을 것입니다.
 
잘못된 과거가 있었다면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지만 과거를 부인해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6·25전쟁과 군사독재 등 우울한 과거도 많았지만 민주화와 경제성장, 올림픽과 월드컵 등 자랑스러운 역사도 많았습니다. 크게 보면 광복과 건국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는 성공의 역사였습니다.
 
건국 60주년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지만 특히 우리의 경제발전은 정부 수립 이후 가장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마찬가지로 건국 이후 국가발전에 대한 기여도에서 재계와 경제계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다만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기업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는 여전히 절반 이상이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건국 이후 경제발전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재계와 경제계의 기여도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반기업적 정서는 여전한 아이러니한 현실이 우리 앞에 놓인 당면 과제입니다.
 
이 모순과 역설을 풀지 않고선 더이상 자랑스러워 할 만한 경제발전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도, 선진국 진입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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