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이상의 金잔치, 올림픽 신바람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8.15 08:32
↑ 박태환의 경기를 지켜보며 환호하는 서울 시민들 ⓒ송희진 기자

국민들이 신났다. 8일 개막한 베이징 올림픽에서 연일 금메달이 쏟아져 나온다.

유도의 최민호(28,KRA)가 상대를 '딱지치기'하듯 엎어버리고 '펜싱여왕' 남현희(27,서울시청)의 칼 끝이 춤 출 때마다 모두가 열광했다.

열기의 중심에 박태환(19,단국대)이 있다. 10일 오전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올림픽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12일에는 주종목도 아닌 자유형 200m에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19살짜리 소년에게 대한민국의 눈이 집중됐다.

금융권에 근무하는 임모씨(30)는 "시차가 비슷해 대부분의 경기가 근무 중에 하다 보니 몰래 시청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박태환 경기 때는 아예 사무실 직원들이 함께 TV를 봤다"고 전했다.

입이 벌어진 건 기업도 마찬가지다. 박태환을 공식 후원하는 SK텔레콤은 CF처럼 "생각대로 하면 됐고", "금 나와라 뚝딱"하니 금메달이 나와버려 연신 박 선수가 출연한 TV광고를 내기 바쁘다. 박태환과 김연아(18,수리고)를 나란히 광고 모델로 쓴 국민은행도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업체 등 유통업계도 흥이 났다. 인기 생활스포츠로 '급'부상한 수영 관련 물품 세일과 선수단 성적에 따른 판촉활동을 늘리고 있다.

신이 난건 꼭 성적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체조 양태영(28,포스코)의 도전과 실패에 마음 졸이는 것은 4년 전 심판의 오심을 기억하는 까닭이다. '우생순' 평균나이 34.7세에 여자핸드볼팀의 투혼,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이 떨어뜨린 역기, 유도 노장 장성호(30,수원시청)의 탈락에 안타까워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런 마음을 서로 나누는 방식도 역동적이다. 올림픽 관련 뉴스에는 재치 있는 댓글이 넘치고 선수들의 미니홈피에는 수십만 명씩 방문자가 몰려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펠프스에 진 박태환에게는 "참치랑 싸워서 그만하면 잘 했다. 인간 중에는 1등이다"는 댓글이, 다리에 쥐가 났음에도 끝까지 역기를 붙잡고 쓰러진 이배영에게는 "당신은 내 마음 속에 금메달"이란 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비난도 익살맞다. "축구장에 물 채워라 우리 태환이 수영해야 한다. 겨울에는 물 얼려라우리 연아 스케이트 타야 한다. 골대는 그냥 둬라 미란이가 다 뽑는다. 축구장에 매트 깔아라 유도선수들 연습해야 한다" 네티즌들은 이 '축구장 개조' 댓글을 끝없이 리모델링 해 나간다. 부진한 축구 대표팀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이다.

이 같은 열기는 올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촛불'의 유쾌함과 역동적 에너지가 올림픽에 옮겨 붙은 양상이다. 촛불 정국에서 저력을 발휘했던 인터넷 서명에도 네티즌이 몰려 이배영은 포털 다음이 5000명 이상의 응원 서명을 받은 선수에게 주는 18.75그램의 순금 팬던트를 받게 됐다.

11일 밤 호프집에서 왕기춘(20,용인대)과 남현희의 경기를 봤다는 직장인 조모씨(36)는 "금메달을 못 따 아쉬웠지만 촛불시위에서 느꼈던 유대감과 비슷한 환희를 함께 시청했던 사람들과 누렸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모씨(29)는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잠시나마 힘든 상황을 잊을 수 있었다. 나도 '생각대로 하면 되고'처럼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올림픽이 만들고 있는 우리 국민 특유의 이런 '신바람'이 침체된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베이징 올림픽은 10일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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