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60년, 균등한 기회 부여에 투자해야

심재현 기자 | 2008.08.15 08:45

[광복 63주년, 건국 60주년]

"전례를 찾기 힘든 성공." 대한민국의 건국 60년사는 성공의 역사였다. 압축 성장 이면에 경제 불균형의 그늘도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나라라는 평가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야 한다. 정부 주도의 물량투입 정책과는 질적으로 다른 개방과 자율, 창의에 기반을 둔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치·사회 시스템 개혁 선행돼야 =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경제는 '룰'(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인데 정치·사회 시스템이 경제를 따라가지 못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유·원자재 가격 급등과 세계경제 침체 등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외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 질서 확립, 투명한 정부 등 내부 체제의 안정이 필수적인데 우리 사회는 이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07~2008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31개 평가대상국 중 기업 혁신(8위), 기업활동 성숙도(9위) 등 경제분야는 상위권이었다. 반면 정부 정책결정의 투명성(34위), 사법부 독립성(35위), 노사협력(55위), 전문경영진에 대한 신뢰(33위) 등 정치·사회 분야에선 하위권으로 처졌다.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인 배규한 국민대 교수(사회학과)는 "정치·사회 분야가 선진국 형으로 발전해야 경제 선진화도 가능하다"며 "법 질서 확립을 통한 신뢰형성이 경제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도 "지금까지 유형의 기술, 자원에 기대 경제성장을 이뤄왔다면 이제 무형의 법 질서가 더 큰 변수가 된 시점에 왔다"고 강조했다.

또 "위기를 극복하고 시장을 원활히 작동시키려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쉽사리 규제를 없앨 수 없는 것은 공정 경쟁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경제는 불신의 비용을 상당히 지불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형 신성장 모델 만들어야 = 경제 분야의 해법은 개방과 자율, 창의력,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국 경제가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만큼 물량투입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는 더이상 지탱하기 불가능하다. 따라서 변화와 혁신의 기치 아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살 길이라는 얘기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개인의 창의력이 경쟁력의 핵심이고 이것은 개방과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우리나라 휴대전화가 본보기"라고 말했다.

또 "현재 선진국의 성장주도 산업으로 우리 역량이 부족한 금융, 에너지, 환경·바이오 부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과 분배가 서로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선순환 구조의 확립도 중요 과제로 꼽혔다.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계층의 확대는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병규 현대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일률적인 결과의 평등이나 신자유주의적인 경쟁 일변도보다는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데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한국형 신성장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그에 따른 피해를 체계적,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구조를 만드는 한편 복지 네트워크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미래기획위 위원)는 "지금까지는 영미형이나 북유럽형 등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국가모델이 많았지만 이제는 한국만의 고유 성장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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