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에 흔들림 적은 '저베타펀드'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 2008.08.26 13:30

[머니위크 커버스토리]펀드 투자전략

투자하면서 항상 수익을 거둘 순 없다. 산이 있으면 골이 있듯이 이익으로 기뻐할 때가 있으면 잃을 때도 있는 법이다. 다만 현명한 투자자라면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잃는 정도를 최소한으로 줄여 원금을 지킨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세계증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아 삐걱대기 시작했다. 국내증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상 처음으로 2000고지를 탈환했던 코스피지수는 곧바로 1800 초반대로 떨어졌다. 이후 2085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여러 번의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며 2008년 8월 현재 1500대로 내려앉았다.

이런 장세에선 제 아무리 유능한 펀드 매니저라도 시장을 상대로 고수익을 내기 힘들다. 실제로 지난 1년동안 국내주식형펀드(순자산 100억원 이상) 가운데 플러스 수익을 낸 펀드는 'JP모간JF코리아트러스트주식종류자 1A'(4.45%)와 '삼성Value주식 2'(1.64%), 단 2개에 불과하다(펀드평가사 제로인 자료).

나머지는 손실폭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일 년 전보다 원금을 까먹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도매금으로 '형편없는 펀드'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중에도 낙폭을 최소화해 증시 반등 국면에서 원금을 회복하고 수익을 쌓기 유리한 발판을 다진 펀드가 있다. 변동성 장세가 쉽게 끝나지 않을 상황이라면 이들 펀드의 탄탄한 '방어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저베타펀드를 주목하라

투자에는 '수익'과 '위험'이 공존한다. 여기서 위험이란 수익률 변동성을 말한다. 수익률의 등락이 크면 위험이 크고, 변동폭이 작으면 위험이 작다고 할 수 있다.

펀드 변동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에 베타(β)라는 게 있다. 시장 전체와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코스피를 1로 봤을 때 베타값이 1인 펀드는 시장수익률과 비슷하게, 1보다 크면 시장 수익률보다 민감하게 움직였다는 말이다. 1보다 적으면 시장보다 덜 변동하는 안정적인 펀드를 의미한다.

물론 베타값이 수익률과 절대적인 상관관계를 갖는 건 아니다. 'JP모간JF코리아트러스트주식종류자 1A'의 경우 베타값은 1.12로 높은 편이다. 이 펀드는 펀드 편입 종목수를 30개 내외로 제한하고 있다. 집중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하겠다는 뜻으로 결국 운용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확신하는 투자 아이디어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률의 극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다행스럽게도 이 기간 JP모간의 전략은 시장 상황과 맞아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약세장에서 탁월한 수익률 방어력을 발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베타가 작은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하락장이나 조정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베타가 작은 펀드가 유리하다. 베타가 큰 펀드는 반등시 더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겠지만 추가 하락할 경우 더 많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베타값이 0.7이라면 코스피가 10% 하락할 때 평균적으로 7% 떨어지는 데 그친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주식형펀드 1년 수익률 상위 50위에 든 펀드 가운데 베타값이 1을 밑도는 경우는 31개로 절반을 넘었다.


허진영 제로인 연구위원은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은 상승장에선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약세장에선 초과 손실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시장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큰 장세에선 베타값이 작은 펀드를 고르는 게 요령"이라고 밝혔다.

◇ 가치주-중소형주펀드에 투자하라

베타값이 작은 펀드로는 주로 가치주펀드와 중소형주펀드가 꼽힌다. 지난 12일 현재 국내주식형펀드 중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주식 1'(0.62)과 '유리스몰뷰티주식 A'(0.66), '신영밸류고배당주식 1 C4'(0.67) 등이 베타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팀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주가지수 하락 구간에서는 중소형주 펀드의 변동성이 일반형펀드에 비해 낮게 나타났는데 이같은 변동성 격차는 올 들어 더욱 확대됐다”며 “베타지수도 일반형펀드에 비해 낮아 지수 하락 구간에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김 팀장은 "일부 구간에서 중소형주의 상승률이 대형주에 비해 높게 나타나면서 발생한 수익률 차이(갭)가 유지돼 일반형펀드와 수익률 차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베타펀드의 매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위원은 "주식형 펀드의 추세적 회복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전망이 긍정적으로 돌아설 때 가능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는 시차를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연내까지는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을 결정하는 미국 주택 경기도 연말까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런 시기에는 베타값이 낮은 가치주 펀드 위주의 투자 전략을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베타가 큰 펀드는 반등 국면에서 분할해 환매하거나 비중을 축소하는 게 요령이다. 변동성 장세에선 이익을 더 얻는 것보다 덜 잃는 게 중요한 투자 전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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