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O157 리콜 '전화위복의 계기'

안정준 기자 | 2008.08.13 16:27

리콜조치 덩어리고기로 확대. 검역기준 강화 계기될 것

미 동부지역내 대형 유기농 식품 판매체인인 홀 후즈(Whole Foods)사는 지난주말 매장내 신선하게 진열돼 있던 간(쇠)고기 제품들을 서둘러 치웠다. 매사추세츠 자사매장에서 고기를 산 7명의 소비자를 포함한 11명이 치명적 E콜라이(O157)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직후의 일이다.
유기농판매상으로 소비자 신뢰를 쌓아온 홀 후즈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더우기 미 농무부가 지난달 문제의 네브래스카 비프사의 간고기에 대해 리콜조치를 취한 후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매장내에서 직접 고기를 갈아 소비자에게 팔아 온 때문이었다. 결국 O157 병원균의 '숙주'는 간고기가 아닌 주원료격인 반제품 상태의 쇠고기 덩어리였던 것이 확인됐다. (수출용 미국산 쇠고기도 이러한 반제품상태의 덩어리고기이며 문제의 네브래스카 비프사는 한국 수출용 작업장중 한 곳이다)
이에 따라 미 농무부는 지난9일 네브래스카 비프사의 덩어리고기 540톤을 화급히 추가 리콜하기에 이르렀고 판매상들은 덩어리고기를 손질, 가공해 진열해 놓은 립아이, 척아이 등 스테이크 제품들을 서둘러 폐기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2일 홀 후즈의 사례를 상세히 전하면서 미 검역에 큰 허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포스트는 치명적 E콜라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스테이크나 로스트(구이용) 쇠고기는 합법이고, 간고기는 불법이냐고 물으면서 미 검역체계 및 리콜 과정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 검역 당국은 반가공상태의 덩어리고기는 세균 감염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대한 검역은 다소 느슨하게 집행해왔다.

덩어리 고기가 설령 세균에 감염됐더라도 스테이크로 굽거나 요리하면서 가해진 열에 세균이 죽어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반면 간고기(Ground beef)는 제조중 세균이 고기 속으로 깊숙히 침투해 71°C 이하 열에 는 죽지 않아 위험하다는 것이 미국 내 통념이었다.

그러나 쇠고기 검역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미국 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93년 E콜라이 감염 쇠고기를 먹은 어린이 4명이 사망해 O157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된후 미 농무부는 덩어리고기도 세균에 감염됐을 경우 판매를 금지하는 강화조치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축산업체와 소비자 단체의 극렬 반발이 뒤따랐다. 올해초에도 농무부는 검역 기준 강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거센 반발에 기준 개정은 또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리콜 조치 이후 업계에서는 자발적으로 검역 기준을 강화하려는 전화위복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전했다.
리처드 레이몬드 미 농무부 식품안전담당 차관은 "검역 기준 개정은 생각보다 빨리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업계 관계자들과 시민들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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