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조선업 경기·실적 관전법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8.08.14 10:52

후판가격 급등·수주계약 취소 등 영향 업황전망 엇갈려

잘 나가던 국내 조선업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후판 가격 급등, 수주계약 취소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차는 조선 경기 자체의 불확실성에도 기인하고 있지만 충분한 수주 잔량, 조선소별 경쟁력 차이 등 조선산업 내 특수한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후판 급등은 즉시 반영, 고가수주 효과는 2년 후= 조선업체들의 실적을 볼 때 먼저 감안해야 할 점은 원가 상승 시점과 고가 수주로 인한 매출 확대 시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업체들의 2/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와 비슷하거나 약간 줄었다. 선박용 후판(두꺼운 강판)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조원가가 상승한 탓이다.

경쟁력을 갖춘 조선업체들의 경우 후판 가격 상승을 감안해 선박을 수주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매출 증가는 2년 후쯤에나 나타난다. 최소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수주를 하더라도 배를 짓기 시작해 매출이 발생하는데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조원가에 바로 반영된다.

조용준 신영증권 센터장은 "지난 2003년부터 2004년까지의 1차 선가 상승으로 2005~2007년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며 "2007년과 올해 선가 상승분은 2009~2011년께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의 선가 상승세와 하반기 상승 전망을 감안하면 선가의 2차 랠리는 2009년 이후 장기적인 실적호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선박 발주 감소에도 수주잔량은 늘어= 조선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의 근거로 주로 거론되는 것이 발주량 감소다. 전 세계 선박 발주 규모는 클락슨 통계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에 245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1% 급감했다.

하지만 발주량 감소가 조선 경기 악화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조선업체들의 수주잔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조선소들의 수주 잔량은 지난 6월 말 현재 1억9050만CGT로 전년 말 1억8260만CGT에 비해 790만CGT(4.3%) 증가했고, 국내 조선소들은 같은 기간 6490만CGT에서 7130CGT로 640CGT(9.9%) 늘어났다.

3~4년치 충분한 건조 일감을 확보한 가운데도 수주 잔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데 경기 악화를 거론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조 센터장은 "수주 주량이 계속 늘어나면 호황은 지속되고 조선시장은 공급자(조선소) 위주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수주잔량은 올 들어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소별 경쟁력 차이= 조선 경기가 악화되더라도 국내 주요 조선소들은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선주들이 발주량을 줄이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조선소에 대한 발주부터 줄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올해만 하더라도 납기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 중국 조선소들의 신규 수주는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47%(이하 CGT 기준) 감소한 반면 국내 조선소들은 24% 줄어 상대적으로 발주 감소 영향을 덜 받았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발주량이 줄어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부터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며 "수요 감소로 인한 후판 가격 하락 등으로 조선 '빅3'는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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