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꿈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08.08.18 12:21

[2030일과꿈]2008 이매진컵 우승팀 '네잎'의 리더 정일진씨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달 3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또 하나의 올림픽이 열렸다. 전 세계 학생들의 소프트웨어 올림픽인 '이매진컵 2008'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는 이 IT 기술경진대회 단편영화 부문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해 위상을 높인 학생들이 있다. 주인공은 아주대 미디어학부생 4명으로 구성된 '네잎'팀.

↑ 아주대 미디어학부 '네잎'팀 (이성욱 정일진 안성란 추연준)

이 팀의 리더인 정일진(25·사진)씨는 "단편영화 부분은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테크놀로지를 효과적으로 접목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며 "모델을 만들어 실사에 컴퓨터그래픽을 합성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며 우승비결을 말했다.

3년 전부터 트로피를 받는 것을 상상하다보니 자연스레 우승을 확신했다는 정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영화 특수효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아, 나의 길은 이거다!'라고 느꼈어요. 영화 한편이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놨죠. 그래서 고3 시절 오로지 미디어학과가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2006년 IT 학생들의 꿈의 무대인 이매진컵을 알고부터 그는 철저한 준비기간를 하면서 꿈을 키워 나갔다. 좋은 팀원들을 모으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1라운드 예선을 위해 시나리오 기획에만 6개월을 투자했다.

↑ 예선작 Red Cloak 촬영 중인 네잎 팀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끝에 세계 120개국 20만 명이 몰려든 지역예선에서 통과하고, 단편영화부분 270팀 중 6팀에게만 주어지는 본선 참가 자격을 당당히 따냈다.


하지만 프랑스 최종 본선에서는 한층 더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 36시간 안에 '기술이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세상'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라는 지령이 떨어진 것. "말이 안통해서 출연자 섭외를 하는데 애를 먹었어요. 그래서 아예 팀원들이 캔과 페트병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연기를 했죠. 이상한 사람들로 취급받아서 경찰관에게 여권을 빼앗길 뻔도 했어요. 하마터면 한국에 못 돌아올 뻔 했죠.(웃음)"

촉박한 시간 속에서도 재미있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기지를 발휘한 그와 팀원들은 결국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으며 IT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번 수상으로 꿈을 향해 한발짝 내딛은 그는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즐기면서 개척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해진 길은 없잖아요. 그래서 때론 막막하고 힘들지만 내가 가는 길을 누군가가 따라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 한참 갈 길이 멀지만 영화 같은 인생을 만들테니 걱정은 없어요."

귀국 후 바로 토플학원에 등록했다는 그는 외국에서 영화 공부를 더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 LA의 UCLA나 USC 대학에서 필름 디렉터 과정을 밟고 싶습니다. 포상으로 받은 8000달러의 상금은 4명이서 나눠 가질건데, 다른 팀원들은 졸업작품을 만드는데 쓸 거라네요. 저는 유학비에 보태야죠. 앞으로 세계적인 SF 감독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 2008 이매진컵 단편영화부분 우승작 'CAN'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5. 5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