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품은 예술품이 아니다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 소장 | 2008.08.27 17:00

[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최근 들어 우리나라 미술계에는 창작품보다 발명품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그리는 고도의 기술력이 좋은 작품으로 추앙받고, 신기함과 기묘함으로 장치된 설치작품이 훌륭한 작품인 양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잡고 있다.

전자장비와 음향장치, 빛을 활용하는 기기 등을 이용한 ‘쓸모 없는 발명품’들이 예술품인 양 전시장을 활보한다. 심금을 울리기보다는 시선의 쾌락을 추구하고 사물이나 감정에 대한 철학적 사고보다 재미와 흥미를 제공한다. 눈과 손을 현혹시키고 있다. 예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를 이야기 할 때는 건축가, 발명가,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발명가와 화가는 별개라는 의미다. 창작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방식이나 예술작품의 독창성을 말하며, 발명은 지금까지 없었던 기술이나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문화발전을 위해 문명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의 것이다.

결국 예술창작이라고 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가치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기묘한 작품 제작방식을 가지고서는 예술가로서의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과학문명과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학이나 의학은 문화라 칭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것이다.

아크로바트(acrobat 곡예사)는 몸 기술이며 무용은 몸짓 언어이듯 발명을 위한 기술과 예술을 위한 화가의 영역 역시 분리되어 있다. 무엇과 꼭 같이 그리는 재주는 반복 숙달에 의해 가능하다. 그림은 좋은 재주를 바탕으로 무엇에 대한 감정 표현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중국의 소동파(蘇東坡, 蘇軾 1036~1101)는 "대나무를 그리려면 마음속에 대나무를 자라게 한 다음 대나무가 나의 마음과 일치하였을 때 곧바로 그려내야 한다"고 하였다. 사회를 그리거나 자신을 그리거나 상관없이 예술에 있어서 그림은 외양뿐만 아니라 마음과 감정이 이끄는 바대로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술의 기본은 사물이나 감정에 대한 직관적 표현력에 있다. 예술가는 발명가가 아니다. 기기묘묘한 발명품을 팔아서는 곤란하다. '어떻게 그렸을까'하는 기법을 팔아서도 안 된다. 정신을 팔고 예술성을 팔아야한다. 이것이 창작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과학에 의한 기술에 의해 미술품이 대량 복제되거나 팝아트의 영향 아래 기술과 예술이 통합되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예술은 여전히 정신적 영역의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지호의 ‘yellow-rhythm’은 바다의 광의적 현상으로부터 연상된 파문에서 시작된다. 바다의 표면에서 전개되는 물결에서 현재의 경험과 정신적 이데아를 떠올리게 한다. 바다는 작가 자신의 실존을 이해하는 거대한 파노라마다. 바다의 물결 위에 올려진 거대한 꽃 한송이는 영혼의 통로이자 생의 근원적 모태로서 발생하는 창작의 원류다.
이지호, yellow-rhythm, 125×65cm, 장지위에 채색,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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