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순매수했다고? 뒤따라 사면 속는다

이동은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2008.08.13 08:06

"원달러환율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IT매수"라는 의견 많아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매도’에서 ‘매수’로 바뀐 것일까. 외국인이 12일 현물과 선물 및 옵션을 동시에 비교적 대량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수’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 순매수는 그동안 공매도했던 것에 대한 매수(숏커버링)의 성격이 강해 외국인의 시각이 바뀌었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12일 외국인은 주식을 1608억 원 순매수했고, 선물에서도 3813계약을 순매수하며 이틀째 팔자보다 사자가 많았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매도가 점점 줄어들고 매수의 비중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분명 외국인들의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을 외국인들이 이제 완전히 시각을 바꾸었다고 분석해도 될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하우투인베스트 이사는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사들인 것은 좋은 현상임은 분명하나 그리 큰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에도 외국인들이 선물에서 1만 계약 정도는 꾸준히 사들였다는 것. 그는 12일 주식시장에는 “단기적으로 환율 플레이를 하는 단기성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며 “원 달러 환율 인상에 기댄 IT주가 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2일 원 달러 환율은 달러당 1034.72로 전날보다 2.80원 상승 마감했다. LG전자(862억 원), 삼성전자(824억 원), 삼성SDI(221 억원), LG디스플레이(201억 원) 등 전기전자업종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에 포함돼 이들 종목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린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IT업종을 이끄는 나스닥이 다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국 IT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추세적으로 장기적인 매수가 될지는 두고 봐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외국인들이 팔고 개인들이 지탱해왔던 시장구조에 비해 질적인 수급 측면이 좀 더 나아지고 있지만 지속성을 갖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역시 증시의 회복조짐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불안감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숏에 대한 일부 커버링 정도이지 이것을 본격적인 순매수로의 전환점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뒷받침하듯 지난 밤 미국증시는 사흘 만에 일제히 급락했다. 한동안 유가하락과 달러 강세로 상승분위기를 타는 듯 했지만, 신영경색에 대한 우려감이 다시 제기되면서 12일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39.88포인트(1.19%) 하락한 1만1642.47에 마감됐다. S&P500지수는 15.72포인트(1.20%) 떨어진 1289.59를 기록했다. 또한 어제 IT주의 상승을 이끌었던 나스닥 지수 역시 9.34포인트(0.38%)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이렇게 금융위기설이 다시 불거지게 되면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 미 금융사들의 입장에서는 매수의 끈을 놓고 다시 매도로 돌아서서 현금을 확충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 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외부적인 요인으로 등락을 거듭했던 것이 우리 증시였다면 이제는 좀 더 내부적으로 투자매력을 높여서 변덕스런 외국인들의 발목을 잡아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 또한 9월 위기설 같은 경고를 부정적인 시각이라고 단정만 지을 것이 아니라 외환 캐쉬 비중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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