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재계총수 사면 약될까 독될까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8.12 17:03

[기자수첩]

결국 경제였다. 고심에 고심을 했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와 민심의 갈림길에서 경제를 선택했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단행한 8.15 특별사면에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재계 총수 등 경제인들을 대거 포함시킨 것이다.

예상대로 여론은 부정적이다. 야당, 시민단체는 국민 동의 없이 '범법' 재벌 총수들에게 면죄부를 준 조치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민심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재연이라며 들끓었다. 형이 확정된 지 2달(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3달(최태원 SK 회장) 밖에 안됐고, 보복폭행(김승연 한화 회장)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들까지 포함된 만큼 이런 반발도 무리는 아니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좋지 만은 않다. 민정, 경제 쪽에서는 대폭적인 사면을 요구했지만 정무라인에서 견제에 나서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면 직전인 11일까지도 "경제회생도 좋지만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을 할 수 있겠냐"며 일부 재벌 총수의 사면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입신'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9단'이라고 할 만한 MB(이명박 대통령)가 이 같은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을리 없다. 그럼에도 MB는 재계 총수 사면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그 이유로 경제회생을 꼽았다.

"일각에서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고심이 많았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해외활동에 불편을 겪고,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결단을 내렸다"는 발언에서 MB의 고민이 묻어난다.


막판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던 재계는 사면 발표 후 일제히 경제회생에 매진하겠다고 화답했다. "다시 태어났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해, 국가사회에 기여하겠다"(김승연 회장)는 발언도 나왔다.

재계의 각오는 비장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도 "기업할 때 청와대 들어와서 투자하고 일자리 창출한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는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민들은 재벌 총수 사면이 왜 경제회생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시위로 민심이반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을 이 대통령의 결단이 빛을 보기 위해서라도 재계가 진정으로 화답해야 할 때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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