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켠 디지털 '청계천으로의 외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8.08.13 08:21

[촛불, 그 빛과 그림자 下]

2008년 '촛불'은 청계천에 모였다. 그리고 거리를 메웠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시위'이자 '축제'였다.

하지만 2008년 촛불을 청계천으로 규정짓는 것은 단면적이다. 오히려 촛불은 보이지 않은 또 다른 '공간'에서 비롯됐다.

그 곳은 바로 디지털 세상. 물론 사이버 공간이 실재한 것은 오래 전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소통하는 것도 이젠 '구식'으로 느껴질 정도다.

커뮤니티나 카페, 블로그나 1인 매체 등은 보편화됐다. 사회적으로도 당당한 한 영역이 됐다. 이슈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공간으로 말이다. 이렇다보니 이슈가 있을 때마나 '누리꾼'의 반응은, 일반 시민의 반응보다 더 앞선다.

하지만 사이버 세상은 그 영역을 굳이 벗어나지 않았다. '오프라인' 모임보단 '온라인' 시스템에 더 만족했다. 그런데 이 공간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바로 2008년 '촛불'이다. 사이버 세상의 소통 흐름이 금세 현실 공간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이를두고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온라인이 오프라인 세상에 뛰어든 것"(황상민 연세대 교수)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도발'이었다.

'촛불'을 내세운 그 도발은 전적으로 '디지털'식이었다. 자연스레 오프라인, 아날로그적 기제들을 '촛불' 앞에서 사라졌다. 대통령의 담화나 대의 민주주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직접 민주주의를 연상케 하는 직접 소통, 수평적 네트워크 등 새로운 기제들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디지털 공간에선 이미 '구식'이었지만 아날로그 공간에선 '충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촛불은 '청계천'과 '디지털'이 만나 만들어 낸 결과물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사회 안팎에서 이 현상을 분석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인 미디어, 집회 중계, 인터넷을 통한 집회 참여 등은 연구 대상이었다.

다만 디지털 세상의 '도발'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이버 세상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현실 세계로 다가오는 게 우려스럽다.

쏠림 현상과 이지메, 폭력성 등이 좋은 예다. 정치권이 디지털 문화와 관련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사이버 세상의 창의성 등은 존중하지만 익명성에 기댄 폭력이나 일방적 주장 등은 깨끗한 공간을 오염시키는 것"이라며 "자율적 정화도 좋지만 일정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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