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100일]똘레랑스 부재, 디지털 폭력만 남아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8.08.13 08:30

적대감에 바탕 둔 폭력의 일상화, 타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부재

초기 촛불시위의 가장 큰 특징은 언뜻 보기에 탈이념, 탈정파적으로 보였다. 하나의 중심이 있고 그 중심이 내리는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탈근대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거듭 될수록 이념적, 정파적인 성격이 부각됐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꾸려지고 참여연대, 진보연대, 민노총 등이 중심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순수한 시민들은 사라지고 직업적인 시위꾼이 무대로 등장했다. 이때부터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 대한 똘레랑스(관용)는 사라지고 적대감에 근거한 폭력이 일상화됐다.

이런 양상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초기 포털 다음의 아고라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개진의 장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가 논의를 주도했다. 인터넷 시장조사기관 메트릭스의 분석 결과 3.3%가 쓴 글이 전체 게시물의 50%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촛불 논의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디지털 마녀사냥’이라는 부정적인 모습도 표출됐다. 대표적인 것이 KBS 아나운서 황정민씨에 대한 집단적인 비난글이었다.

황정민씨는 KBS라디오 ‘황정민의 FM 대행진’에서 “물대포 쏘는 경찰이야 기대한 게 없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버스를 끌어내는 등 폭력적으로 변질된 촛불시위는 실망이다”고 말했다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다시 방송에서도 사과를 해야 했다.

개그우먼 정선희 씨도 “애국심을 불태우면서 촛불집회를 해도 이런 사소한 것, 환경 오염시키고 이렇게 맨홀 뚜껑 퍼가고, 이게 사실 굉장히 큰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되는 범죄”라고 말했다가 비난세례를 맞고 세 차례나 사과를 했지만 결국 방송에서 하차해야 했다.


기업들도 무차별적인 ‘디지털 폭력’을 피해가지 못했다. 다음의 아고라를 통해 ‘광고주들이 조중동에 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하자’라는 광고중단운동은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기업들의 명단과 연락처를 공개해 집단적인 항의전화로 이어졌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기업들은 매체가 촛불시위를 보도하는 관점과는 무관하게 다수의 독자들이 보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높은 매체에 광고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말이 좋아 항의전화지 익명으로 욕설을 하고 협박을 하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디지털폭력은 광화문 상인에게로도 이어졌다. 광우병 대책회의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자 대책회의는 이들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인민재판'을 유도했다.

인터넷 공간을 활용한 모럴 해저드도 나타났다.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서 여대생이 죽었다'는 괴담과 사진이 인터넷에서 퍼졌으나 허위로 드러나 유포자가 구속됐으며 여대생 사망설 진상규명 광고를 위해 인터넷 모금을 한 대학 휴학생이 횡령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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