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월가저승사자' 쿠오모, 차세대 리더로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8.12 05:54

1대 스피처보다 더 과감… 월가 고객기만 관행 근본적 메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드러난 월가 금융회사들의 부적절한 관행과 비리에 대해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을 바라보는 월가의 심정일 것이다.

전임자인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검찰총장은 리처드 그랏소 전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의 고액연봉을 문제삼아기소하는 등 월가 부패척결에 앞장서 한때 '월가 저승사자'로까지 불렸었다.
스피처가 지난해 1월 뉴욕주지사로 선출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 민주당의 차기주자로까지 꼽히던 스피처가 올해초 '콜걸 스캔들'로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자 월가에서는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스피처의 뒤를 이어 2006년말 검찰총장에 취임한 쿠오모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월가의 치부가 드러나자 가차없는 철퇴를 가하고 있다.
월가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고객들에게 판매했던 천문학적인 채권 매각대금을 다시 토해내게 만드는 등 개인비리 척결 차원을 넘어 월가의 거래관행에 더욱 과감한 메스를 가하고 있다.

◇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에 "고객돈 토해 내" 압박강도 높여

쿠오모 검찰총장은 11일(현지시간) 모간스탠리, J.P모간 체이스, 와코비아 등 대표적인 3개 월가 금융기관에게 경매방식채권(ARS) 재매입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씨티 메릴린치 UBS는 뉴욕주 검찰로부터 '사기'혐의로 제소당하자 360억달러가 넘는 ARS를 고객들로부터 되사주기로 뉴욕주 검찰등 관계당국과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한바 있다.

뉴욕주 검찰은 이날 보낸 공문에서 모간스탠리 등도 지난주 합의에 도달한 금융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즉각 협의에 임하지 않을 경우 강도높은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문에서 검찰은 "검찰 수사가 중단되거나 완화될 경우 이미 환매에 합의한 금융회사 고객들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ARS는 경매를 통해 일정 주기마다 금리를 재조정하는 채권이다. 평상시에는 경매가 자주 열리기 때문에 유동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져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ARS 경매가 사실상 중단돼 33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ARS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ARS는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투자상품의 위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장점만을 강조해 돈을 벌어들이는 월가의 '불완전판매'의 대표적인 사례라는게 쿠오모 총장의 시각이다. 월가 회사들의 채권재매입 대상을 중소형 기관, 비영리 단체, 개인투자자 등 이른바 '차등급 시장참여자(the next group of market participants)로 좁힌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한 두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말했다.

◇ 개혁·사회활동 통해 일찌감치 주목

쿠오모 총장은 지난해말 이후 금융위기가 불거지자 증권거래에 대한 조사관할권을 검찰총장이 행사할수 있도록한 '1921 마틴 법안(1921 Martin Act)'을 활용, 월가의 거래관행에 사법적 잣대를 적용할 것임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쿠오모의 이같은 거침없는 행보는 그의 경력에서 이미 예견돼 왔다. 그의 부친인 마리오 쿠오모는 전 뉴욕 주지사로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여기에 90년 결혼한 부인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역시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딸. 벌써 출발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포드햄대학을 거쳐 1982년 뉴욕주 알바니 법대를 졸업한뒤 뉴욕 맨해튼 검사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로펌과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다.

무주택자와 도시빈민 재활을 위한 민간 비영리단체 'HELP'를 설립하는 등 사회활동을 활발히 펼친 끝에 1991년 데이비드 디킨슨 뉴욕시장에 의해 뉴욕시 무주택자위원장으로 뽑혔다.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를 주택도시계발청장(HUD)으로 발탁했다. 그는 관료주의 행정의 표본으로 꼽혔던 HUD를 포드재단이 수여하는 '정부혁신상'을 받게 만들 정도로 개혁성과 추진력을 과시했다.

월가와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스캔들로 낙마하기 직전까지 강직하고 청렴한 이미지로 차세대 정치주자로 꼽혔던 전임자 스피처와 쿠오모를 오버랩시키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의 한편에서는 새로운 '스타'가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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