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뷰]서브프라임 사태와 금융감독의 변화

이장영 금융감독원 감독서비스총괄본부장 | 2008.08.13 08:48
요 며칠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피서도 한창이다. 역사 속 피서지로는 열하(熱河)가 유명하다. 228년 전 연암 박지원이 청 건륭제의 천추절(8월13일)에 열하를 여행하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당시 열하는 몽골, 티베트, 이슬람 등 온갖 이질적 문명이 각축한 곳이라고 한다.

금융 분야에 몸담고 있어서일까. 문득 지금 우리 금융시장이 연암 선생이 다녀온 열하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종 금융상품이 각축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이 해외 리스크에 직접 노출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우리 금융시장에도 시원한 피서기능을 갖추기 위한 묘안은 없을까.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로 일컬어지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해 8월 본격화된 이후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UBS에 따르면 이로 인한 손실은 약 6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경기침체도 심각하다. 미국의 성장률은 2006년 2.9%, 2007년 2.2%였던 것이 올해는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나 유로경제도 마찬가지다. 중국만 10∼11%대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베트남, 몽골, 우크라이나 등 일부 이머징마켓 국가는 고물가와 경상수지 적자로 경제·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급기야 미국은 168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는가 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이 모기지 대출기관에 대한 규제 공백과 증권화 금융상품 등에 대한 감독소홀로 야기된 금융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금융 감독당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다.

금융 감독당국은 '리스크에 기반을 둔 감독'(risk-based supervision)을 통해 효과적인 감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내부규율이 적정한 지 모니터링하면서 미시와 거시를 폭넓게 볼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internal control)와 감독당국의 공적인 감독(official supervision) 그리고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의 3박자가 호흡을 맞추면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특히 감독당국은 시장 친화적 감독을 함으로써 금융 산업의 창의적 생산력을 높이는 선택을 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시장 참가자를 금융발전의 파트너로 존중함으로써 현장의 생생함을 금융 감독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 감독당국이 최고의 감독역량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외부에서 검증된 전문가를 과감히 채용함과 동시에 (2)내부에 검사아카데미를 만들어 검사역을 훈련해 나가고자 한다. 금융감독에 관한 선진기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에 관한 통찰력(insight)을 키워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연암은 '열하일기'에서 '利用(이용·제도나 기술)이 있고 나서야 厚生(후생·풍요로운 삶)이 될 것이요, 후생이 된 후에야 正德(정덕)이 될 것'(도강록)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에 있어서 '이용후생'이 최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펼쳐나가는 감독검사 관행이라고 한다면 '정덕'은 금융소비자인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금융 감독당국의 비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오늘 이 무더위에 흘리는 땀이 '이용후생'과 '정덕'이 조화를 이루는 참 금융 감독을 이루기 위한 한방울 한방울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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