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10년 대주기'인가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 2008.08.08 16:25

1970년대말부터 10년 간격 요동

부동산 '10년 대주기'인가.

올들어 주요지역 집값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한동안 꼬리를 감췄던 '10년 대주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년 대주기'는 통상 부동산시장이 10년 주기로 장기 순환한다는 것으로, 일명 '대순환'으로 표현한다.

실제 1970년대 말에 이어 1980년대 말에 10년 단위로 부동산시장은 각각 상승기를 맞았다. 1차 주기로 불리는 1970년대 말의 경우 중동특수에 따라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면서 부동산시장에 투기열풍이 불었다.

이후 10년 뒤인 1980년대 후반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와 연 10%대 경제성장, 장기간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인해 시장에 다시 부동자금이 증가하면서 부동산은 재차 요동쳤다. 이때를 2차 주기로 불렀다.

이로부터 또 다시 10년이 지난 1990년대 말 부동산시장은 큰 변화가 발생하는 등 3차 주기가 나타났다. 다만 이 당시 상황은 앞선 1,2차 때와는 달리 하락기였다.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 때문이다. 국가 부도 위기까지 내몰리면서 부동산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 폭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외환위기라는 예기치 않은 외적변수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만 하더라도 직전 5~6년간의 조정기를 거친 후 재상승이 이어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라는 거시경제적 변수가 시장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997년 1년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년 말 대비 4.7%였으며 서울은 5.2%를 기록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에는 전국 아파트값이 전년 말 대비 13.6%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서울은 14.6% 가량 빠졌다.


전체 평균 수치는 이 정도였지만, 지역 단위나 개별 단지의 경우 반토막난 아파트도 수두룩했다. 한때 11억원대를 호가했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의 경우 1998년 2억원대 초반에 불과했고 현재 7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개포동 주공1단지 42㎡는 당시 1억원도 안됐다.

또다시 10년이 지난 2008년 현재 부동산시장은 또 한차례 변화를 맞고 있다.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분당과 용인 등 경부축 라인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이들 지역 주요 단지들마다 수억원씩 호가가 떨어졌으며 이 같은 하락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과 분당의 꼬리에 붙어 상승세를 탔던 용인의 경우 이미 저항선이 붕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수치상으로 보면 70,80년대와 이후 10년 단위의 기간에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학계나 연구기관은 '10년 주기설'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시장 상황을 모르는 이들의 억측'이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은 5년 소주기나 10년 대주기의 근거로 매우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시장은 직감 등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정책이나 투자자들의 심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

한성대 이용만 부동산대학원장은 "과거 주기에 의해 현재 상황이 맞아간다는 게 '10년 주기'라고 보면 지금의 사이클은 이전과 크게 다르다"며 "공교롭게 부동산 경기가 일정 기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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