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득' 될까 '독' 될까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이학렬 기자 | 2008.08.07 19:18
-하반기 물가 안심 못해
-생산·소비·고용에 악영향 불가피


한국은행이 1년만에 금리를 올렸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데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수 부진이 심화되며 경기 하강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금리 인상이 '독'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반기 물가 안심할 수 없다=금리 인상은 3가지 점에서 '의외'였다. 미국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2.0%로 동결했다는 점,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에 대해 이성태 한은 총재는 물가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에 물가가 안정될 것 같다고 쉽게 생각할 수 없다"며 "국제 유가가 최근 상당히 내렸지만 아직도 지난해 이 시점에 비해 50달러, 지난해말에 비해 30달러 높은 수준으로 높은 유가에서 오는 물가상승 압력은 아직 안 끝났다"고 말했다.

또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각 부문에서 원가가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가격 조정을 못했던 것을 물가 상승기에 반영하고 있고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며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한은이 예상했던 5.2%보다 조금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금리를 올려야 했냐는 지적에는 "소비지표가 조금 더 나빠졌고 경기가 연초 생각했던 것보다 나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물가 걱정은 안 해도 되고 경기 쪽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물가시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경기와 성장에 오히려 더 나빴다는 것이 과거 이뤄졌던 연구의 결론"이라며 "지금 힘들더라도 물가상승률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아울러 "이미 7월에 물가상승률이 5.9%가 나왔는데 8, 9월도 만만치 않은 상승률이 나올 것으로 염두에 두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 "경기 하강뿐 아니라 물가상승 위험도 커져 그런 부분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균형을 찾아가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물가상승률 추이에 따라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꼭 지금이어야 했나=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 총재의 설명에도 현 시점에서 금리를 올려야 하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금리 인상은 생산, 소비,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상승해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하기가 어려워진다. 기업이 생산설비 투자를 줄이면 신규고용 규모도 덩달아 축소된다. 6월 신규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4만7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 쇼크'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돈을 빌린 가계도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조사 결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소비는 첫 분기에 0.35%포인트 감소한다.

6월 소비자판매가 전년동월 대비 1.0% 감소해 23개월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내수경기 하강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뿐 아니라 성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환율도 안정되면서 물가가 하락할 요인이 있는데 금리를 올려 당황스럽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은 당장 대출금리의 추가 부담을 유발하고 고용 상황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등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자산과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도 "금리 인상이 경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고용창출에 신경써 근로소득을 늘려 금리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계 은행인 HSBC는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HSBC 홍콩 지점의 애널리스트인 프레드릭 뉴만은 "한국의 경제 성장세가 올해 하반기에 이미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가계와 중소기업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 채무 부담이 커져 경제 활동을 하는 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금리를 더 올리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골드만삭스는 금통위의 금리 인상이 일회성 이벤트이며 내년 초에는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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