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괜찮을까?" 올림픽 이후 전망은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 2008.08.16 11:48

[머니위크]중국증시, 변수와 전망

"베이징올림픽까지는 주구장창 오를거야."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중국펀드 가입자들은 똑같은 꿈을 꿨다. 과거 올림픽을 치른 국가가 거의 한결같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도 올림픽 전까지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를 것이라 굳게 믿었다.

"매를 미리 맞았으니 올림픽이 반전의 물꼬를 트겠지."

지난해 10월을 고점으로 상하이종합지수가 반토막 나는 사이 곤두박질치는 펀드 수익률 때문에 속앓이를 한 투자자들의 희망사항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올림픽 이전에 시장 수급을 쥔 정부가 주가 상승을 눌러 놓았으나 이후 부양책을 꺼내들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았다.

"올림픽 개최 이후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는 이른바 '밸리효과'가 과거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투자자들의 실낱같은 희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다. 그동안 과도하게 이뤄졌던 인프라 투자가 올림픽 이후 꺾일 가능성이 높은데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 거품이 이미 꺼지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 "올림픽 이후가 더 불안하다"

10%를 웃돌았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신용위기가 실물경기마저 냉각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고,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의 경기 둔화와 소비 감소가 가시화되자 중국의 고성장에 제동을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최근 들어 중국을 바라보는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의 시선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도이치은행은 중국 경제가 과열 상태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대경제연구소도 이른바 '밸리효과'로 인해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더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먼 브러더스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9.5%로 둔화된 후 내년 8.0%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9.6%로 하향 조정하는 한편 중국 경제가 직면한 리스크가 날로 커지고 있다는 우울한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경제를 암울하게 보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자산 가격의 하락과 투자 감소를 근거로 제시했다. 성장과 극심한 인플레이션 압박, 자산 가격, 투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과열이 발생했고, 더 이상 거품이 지속되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우선 올림픽 이전에 과도하게 이뤄진 인프라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며, 주식시장에 이어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품이 빠른 속도로 꺼지기 시작한 만큼 올림픽 이후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즉, 올림픽 이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은행의 부실 채권이 늘어나고, 금융권마저 부실이 심화되면서 대출을 축소하고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일종의 '올림픽 후유증'인 밸리효과가 과거 올림픽 개최국에 비해 중국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림픽 관련 투자가 역대 올림픽 중 최대 규모인데다 소비심리 둔화와 핫머니 유출이 맞물려 충격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밸리효과는 '기우' 지금이 살 때"


경제연구소의 암울한 전망과 달리 밸리효과의 근거가 미약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일부에서는 올림픽 이후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긴축에서 성장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펴고 있다.

이동수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올림픽 이후 밸리효과의 발생 여부는 개최 도시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과 올림픽 개최 직전 정부의 통화 및 경제정책 기조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해 도쿄(15%), 서울(26%), 멕시코시티(35%) 등에 비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또 과거 올림픽 개최국은 통화 및 재정 확장정책을 추진한 후 올림픽 이후 긴축 기조로 돌아선 데 반해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긴축 정책을 유지해 온 점도 밸리효과에 대한 우려를 내려놓을 수 있는 근거라는 얘기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북경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도 물가가 최근 안정을 보이고 있어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다만 자금 회수를 위해 지급준비율을 인상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림)중국 물가와 긴축조치 추이


한 증권사의 PB는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해 11월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만큼 투자자들에게 중국펀드 가입을 권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만큼 성장 가능성과 투자 매력이 큰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향방에 대한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전문가들의 투자 전략도 분할 매수할 시점이라는 의견과 반등이 나올 때마다 환매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으로 극과 극을 달린다. 중국 펀드에 '물린' 투자자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상하이종합지수가 바닥까지 밀렸다고 판단하며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투자심리를 회복하고 본격적인 상승세로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희곤 애널리스트는 "물가 안정으로 긴축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게 된 반면 제조업 경기 위축으로 인해 전반적인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밸리효과(Valley Effect)>
올림픽을 개최하기 전까지 경제가 과열되었다가 폐막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과열의 반작용으로 경기가 빠르게 침체되는 현상으로 일종의 거품-붕괴 사이클을 뜻한다. 올림픽 후유증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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