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BMW 528i보다 비싼 '뉴 레전드'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8.08.08 14:02

[Car & Life]SH-AWD 적용해 '기술의 혼다' 과시..가격이 부담

혼다는 일본 브랜드이면서도 일본차답지 않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에 관한 얘기다.

토요타로 대표되는 일본차들은 보통 실내 소음이 현저히 적고 주행 시 안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혼다는 약간 다르다. 섀시가 단단하고 그래서 네 바퀴가 땅에 바싹 붙어 달리는 듯 주행 안정감이 좋다. 하체가 강하다는 인상은 독일 차들에게서 많이 받는다. 혼다는 독일차의 그 느낌과 일본차의 정숙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런데 이런 점은 혼다에게 썩 유리하지만은 않게 작용한 것 같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선 그렇다. 월 판매량 1600대를 돌파하는 히트 브랜드이긴 하지만 '레전드'에 와선 얘기가 좀 달라진다.

대중 브랜드 치곤 비싼 차값(6780만원) 때문에 판매량이 저조했던 레전드가 근육을 더 키워 육중해지고 배기량도 3.5ℓ에서 3.7ℓ로 늘려 '뉴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했다. 전장은 기존보다 55mm 커진 4985mm, 전폭은 5mm 증가한 1850mm다. 육중해진 몸매에 네비게이션 등 서비스 장치, 배기량 증가 등에도 불구 가격은 종전과 같아 혼다는 오히려 가격을 인하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 가격은 경쟁차종인 BMW의 528i보다 30만원 비싸다. 왜 BMW보다 비쌀까. 판매를 위한 차인지 혼다의 기술력을 알리기 위한 상징적인 차인지 파악하고 싶었다.

레전드 얘기를 할 때 4륜구동 자유제어시스템인 SH-AWD(Super Handling All-Wheel-Drive)를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전ㆍ후륜의 구동력 배분 뿐 아니라 후륜의 좌우 구동력까지 자유롭게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차가 왼쪽으로 돌 때 원심력에 의해 차 무게가 오른쪽으로 쏠리면 오른쪽 뒷바퀴에 구동력이 집중된다. 이렇게 되면 운동 에너지가 오른쪽 뒷바퀴의 대칭점인 왼쪽 앞바퀴로 옮겨지면서 차의 앞머리는 코너 안쪽으로 모아진다.

아쉽게도 이런 기능을 시험해볼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주행성능시험장에 가면 요즘 웬만한 차에는 차체제어시스템이 급격한 코너링에도 차가 외부로 튕겨 나가는 언더스티어링을 막아준다.


혼다의 SH-AWD는 제어를 통한 안전성뿐 아니라 그 상황에서도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어력 이상의 것을 원하는 실제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기술값이 포함된 차값이 마음에 걸린다.

뉴 레전드를 마냥 비싼 차라고 폄하하고 싶진 않다. 여러 면에서 완성도를 높이려는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최고 출력은 종전 295마력에서 307마력으로 향상됐다. 최대토크도 36㎏.m에서 37.7㎏.m으로 높였다.

무엇보다 실내 디자인이 품격과 엘레강스한 조명으로 수려하다. 계기판의 숫자들 안쪽에는 오로라 같은 푸른 색 조명이 둘러 있고 센터페시아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하다.

가장 마음에 든 곳은 발 아래다. 계기판의 푸른 조명이 물 흐르듯 흘러 발판을 무드 있게 연출한다. 바깥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앞을 향해 선명하게 각이 졌다. 공격적이다.

그러나 독일 차만큼 하체의 강성을 높이지 않아 고성능 차에서 느껴지는 운전의 즐거움은 조금 부족하고 외부 소음을 차단한 듯 했지만 고속 주행 시 엔진음은 그렇지 못했다. 차라리 부밍을 튜닝 했다면 그 방면에서 입소문이 났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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