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활성화, 두 마리 토끼 잡자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이상배 기자 | 2008.08.07 07:34
정부가 검토 중인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세제혜택 확대와 자산운용 규제 완화로 요약된다. 세제혜택 확대를 통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자산운용 규제를 풀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정부가 퇴직연금에 주목하는 이유는 금융산업 발전과 사회 안전망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퇴직연금이 활성화되면 자본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이를 통해 금융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에는 금융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됐다.

퇴직연금은 급속도로 진전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 수단 성격도 강하다. 국민연금으로 최저 생활을 보장받고 퇴직연금으로는 ‘삶의 질’을 보호받는 이중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셈이다. 여기에 걸음마 단계인 개인연금이 활성화되면 고령화 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삼각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청와대 미래기획위원회에서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제혜택 어떤 게 논의되나?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는 기업보다는 근로자 개인이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이를 연금 형태로 탈 경우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업들의 퇴직연금 전환을 유도하고 근로자들의 퇴직금 중간정산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경우 기업 뿐 아니라 근로자도 직접 추가납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추가납입 때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의 한도가 개인연금까지 합쳐서 연간 3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때문에 개인연금에서 이미 연 300만원 이상의 소득공제를 받고 있는 근로자는 퇴직연금에 추가납입할 세제상 유인이 없다.

정부가 개인연금 소득공제와 별도로 퇴직연금 추가납입분에 대해서만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 개인연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는 240만원으로 설정된다.

또 정부는 퇴직금 중간정산이 근로자들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협한다고 보고 중간정산 대신 연금 수령을 장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금 소득공제 한도를 연 9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늘리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다.

◇자산운용 규제 단계적 완화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자산운용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확정기여형(DC형)의 자산운용 규제를 확정급여형(DB형) 수준으로 완화한 다음 추가적으로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은 예·적금과 국공채, 투자적격채권 등 소위 ‘안전 자산’에 대해서는 DB형과 DC형 모두 투자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주식이나 전환사채, 후순위채권 등 위험 자산에 대해서는 DC형이 보다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DB형은 위험 자산에 대해서도 30%까지 투자할 수 있고 주식형펀드와 혼합형 펀드, 고위험채권펀드, 부동산펀드 등에 50%까지 투자할 수 있다. 반면 DC형은 외국의 투자적격채권(OECD회원국 채권)에 대해서만 30%까지 투자할 수 있고 나머지 위험 자산에 대해서는 투자가 금지돼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퇴직연금 태스크포스(TF)에서 우선 DC형에 대해서 적립금의 50%까지 주식형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적립금에 대한 운용규제가 지나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금융산업 발전 기폭제
퇴직연금이 활성화되면 가시적인 수혜를 입는 곳은 자산운용산업이다. 퇴직연금 자금 자체가 20년 이상의 장기자금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돈줄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는 호주 사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호주의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 92년 임금의 9%를 강제 납입하도록 의무화한 이후 연평균 16%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퇴직연금 자산만 7400억달러에 이른다.

맥쿼리 등 자산운용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도 여기에 있다. 동시에 대표상품인 인프라펀드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자산운용시장의 발전은 실물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인프라펀드의 자금을 바탕으로 광활한 호주 대륙에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건설할 수 있었고 오늘날 호주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퇴직연금은 금융허브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구미에 딱 들어맞는다. 특히 동북아 자산운용시장의 중심지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통해 자본시장을 육성하고 SOC 투자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예산을 복지정책이나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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