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06일(17:0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국내 인수합병(M&A) 업계의 특징 중 하나는 회계법인이 웬만한 증권사보다 자문 업무를 더 활발히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수치로 증명된다.
더벨이 집계한 리그테이블(Announced기준)에서 PWC 삼일회계법인은 상반기 중 전체 2위를 차지해 국내사 중 유일하게 5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올 상반기까지 PWC 삼일이 자문한 거래는 총 7건, 거래규모는 5조2396억 원으로 1위 맥쿼리(2건, 5조3298억 원)와 큰 차이가 없다. 거래건수로 보면 오히려 5건 앞섰다.
PWC삼일에 이어 국내 빅4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2건, 2137억 원)이 15위, 삼정KPMG(1건 1207억 원)가 19위, 언스트영 한영회계법인(3건, 1127억 원)이 23위를 기록했다. 20위권 내에 올라온 국내 증권사가 우리투자증권(8위, 3건, 1조5500억 원)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면 이들의 강세가 놀라울 뿐이다.
회계법인들이 IB의 꽃이라 불리는 M&A 자문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이유로는 경험과 노하우를 들 수 있다.
일찌감치 외자를 유치해 선진 시스템과 조직 구성을 마쳤고,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업 가치평가 능력을 길렀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법정관리 매물들이 쏟아지자 크고 작은 거래를 성사시키며 충분한 실적을 쌓았다. 실사 능력으로만 보면 IB보다 회계법인이 낫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약점이 있다.
회계사를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되다 보니 업무 수행력에 비해 영업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법정관리처럼 주어진 거래는 잘하는데 외국계처럼 대형 딜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거래건수는 앞서지만 전체 규모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다. 특히 창의력이 필요한 딜 소싱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자기비판도 나온다. 갈수록 줄고 있는 법정관리 딜로는 버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업계 리더격인 PWC 삼일의 변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사는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M&A 자문업무의 혁신을 시작했다. 과거 사업부의 한 영역으로만 구분돼 있던 FAS(Financial Advisory Service) 본부를 4개의 독립서비스(LOS) 중 하나로 격상하고 수평적 조직체계를 마련했다.
4본부 2팀 체제로 구비된 TS-FAS는 과거처럼 같은 딜을 두고 내부의 팀끼리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거래의 특징에 따라 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체계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 매수 자문을 위해 조선업 지식이 있는 1팀원과 플랜트 산업을 이해하는 2팀장이 매각 종료 시까지 일을 함께 할 수 있다.
사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진 이런 체계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자문 업계에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문서비스를 한다면서 자신들은 유기적으로 뭉치고 흩어지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게 현실이다.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등 세계적인 IB를 꿈꾼다는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상반기 동안 단 한건의 자문실적도 올리지 못한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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