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빨라지고 길어진다(종합)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엄성원 기자 | 2008.08.06 10:00

100달러 하회 전망… 석유 소비패턴 변화 주요인

유가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4일(현지시간) 배럴당 4달러 가까이 떨어지더니 5일에도 2달러 이상 추가 하락했다.

이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2.24달러(1.2%) 떨어진 119.17달러로 마감했다. 유가가 12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5월5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 유가는 앞서 이상의 속도로 내리막길을 질주하고 있다. 지난달 사상 최고인 147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불과 한달새 17% 가까이(약 25달러) 하락했다.

어쨌든 지금의 유가는 여전히 1년 전은 물론 연초 수준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움직임은 분명 추세에 변화가 생겼음을 말해준다.

◇ 100달러 간다

헤지펀드 얼라이언스트러스트의 앵거스 맥필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수요가 이런 분위기로 계속 약세를 보일 경우 다음달 안에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얼라이언스는 수개월 동안 원유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최근 들어 이익실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날 원유 하락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란 갈등은 원유가격 급등을 초래한 단골 촉매제였다. 하지만 세계 경제 침체 전망이 보다 뚜렷해진 상황에서 공급 부족 우려도 하락을 막기 역부족이었다.

MF글로벌의 에드워드 마이어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거시경제적인 측면으로 포커스를 이동했다"면서 "이란 갈등 같은 지엽적인 요소 보다는 경기침체로 인한 수급의 밸런스 회복을 보다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의 앤드류 콜은 "조정이 맞다"며 "미국에서 투기자본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 것도 조정의 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가 80달러까지 빠지지 않는 한 감산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도 하락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 개인·기업, 석유 소비 패턴 바뀐다


마켓워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어윈 켈너는 유가가 장기적인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켈너는 최근의 유가 하락세 원인이 특이할 만한 공급 증가나 수요 감소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신 개인이나 기업의 석유 소비 패턴 변화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원유 공급 상황은 날씨나 테러, 지역 분쟁 등 다양한 외부요인에 의해 급변한다. 이에 공급 상황을 예측하거나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수요 추적은 어렵지 않다. 원유 소비는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고 그 기록이 다시 통계가 된다.

켈너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휘발유의 경우, 최근 수년간 연 평균1~2%씩 소비가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오랫만에 휘발유 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휘발유가 갤런당 4달러대로 뛰자 미국인들의 자동차 운행 역시 크게 줄었다.

미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3월 미국인들의 자동차 운행거리는 전년 대비 3% 이상 줄어들며 1942년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이어 5월 자동차 운행 감소폭은 사상 최대인 약 4%로 확대됐다.

켈너는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이 사고방식의 변화와 제도적, 기술적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 선호는 SUV와 픽업 등 대형차에서 소형차로 움직이고 있다. 도로 여건도 연료 소비가 적은 쪽으로 개선되고 있다.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생활습관도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외식을 줄이고 출퇴근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업 역시 운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났던 제조공장들을 다시 미국 내로 불러들이고 있다. 재고 비용 최소화를 위해 과거 유행하던 '저스트인타임' 방식을 새로이 추진하는 곳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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