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의 지독한 사랑이 성공비결"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08.08.07 12:41

[인터뷰]'공포의 외인구단'의 만화가 이현세

"내 인생은 자전거와 닮았다. 열심히 밟지 않으면 멈출 수밖에 없었기에 쉬지 않고 달렸다. 그렇게 먼 길을 넘어지기 싫어 달리고 또 달렸더니 여기까지 왔다."


만화가 이현세(54·사진)는 2년 전 출간된 자서전에서 이렇게 썼다. 1982년 '공포의 외인구단'을 그릴 당시 스물여덟이었던 그는 '까치'와 함께 갑절로 세월을 먹었다. 그간 인생의 페달을 꾸준히 밟아온 그는 지난달 학습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를 출간했고, 골프만화 '버디'로 드라마화 판권계약을 맺는 등 지금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지난 5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27살 까치, 100년 콘텐츠를 꿈꾼다' 워크숍에서 그는 "사람들은 제2의 전성기라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연습게임이었고 이제 시작인 것 같다"면서 싱싱하게 살아있는 눈빛을 뿜어냈다.

"왜 만화를 그리는지, 어떤 만화가 재미있고 사업이 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거겠죠. 자신이 정말 즐겁게 그릴 수 있고, 요즘 사람들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획력과 기본 핵심만 알면 시대를 초월해서 작가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공포의 외인구단'은 현재 '2009 외인구단'이라는 드라마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20여년 전 작품이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 같은 비결에 대해 시대적인 유행코드를 뛰어넘은 '지독한 사랑'의 힘 때문이라고 했다.


"왜 드라마 대조영은 시원찮았지만 주몽은 히트를 쳤을까요? 대조영은 왕들의 자존심 싸움 이야기지만 주몽은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제 만화가 거칠고 남성주의로 포장돼있긴 하지만 결국 답은 사랑입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까치'의 맹목적이고 순수한 사랑이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이죠."

그의 작품 속에 흐르는 사랑은 만화에 대한 자세와 닮았다. 힘들었던 문하생 시절도 그는 행복했다고 했다. "버스 토큰 하나 달랑 들고 다니며 어렵게 한 순정만화작가 밑으로 들어갔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선배들 몫까지 매일 먹을 갈아야했는데, 귀찮은 일이었지만 저는 먹 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선배들 속옷도 빨고 통금시간이 넘어서 막걸리 심부름도 하면서 괴롭힘을 당했지만 나름대로 낭만이 있었어요. 그 속에서 일체감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죠."

아직까지 작품 발표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신난다는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단다. "'천국의 신화'를 통해 실패를 겪으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만큼 애착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 천지창조의 신화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건국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현세의 만화를 본 사람이 꿈과 비전을 찾을 수 있는 만화를 만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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