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뉴타운에서 골탕먹는 대학생

임성욱 박동희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2008.08.06 07:40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 500만원을 못받을 뻔 했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몇차례 찾아가서 말싸움을 벌여서야 받는 현실에 화가 납니다. 그나마 저는 운이 좋았을 뿐이고요.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거주이전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중앙대학교에 다니는 이화용(30 신문방송학과)씨. 학교 뒤편 흑석동에 4년 째 거주 중인 이 씨는 세입 대학생들의 거주이전비를 지급하지 않고 쉬쉬하는 재개발조합과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는 동작구청에 울분을 토했다.

이씨가 거주이전비에 대해 이같은 울분을 갖게 된 것은 그가 사는 흑석 제6구역이 2005년 12월 뉴타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개발 일정에 따라 이씨는 이사를 위해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찾았고 우연히 ‘주거이전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중개업자의 설명에 따라 해당 조합사무실을 찾은 이씨에게 조합은 이사비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발지역 일대에서 사업인정고시일 또는 정비계획 및 구역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로부터 현재 3개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에게 가구구성원 수에 따라 500여 만원에서 최대 1,600여 만원까지 주거이전비을 지급해야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보상을 요구했고 몇 차례 승강이 끝에서야 조합은 원래 지급해야 할 금액 500여 만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만 있을 뿐 아직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거주이전비는 부동산 소유주로 구성된 조합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따라서 이전비가 지급되지 않으면 이 돈은 고스란히 조합의 몫으로 돌아간다. 세입자에게 일일이 이전비 내용을 공지해야 하지만 조합은 “찾아오지 않으면 세입자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본다”며 적극적인 공지 없이 찾아오지 않는 학생 세입자만을 탓하고 있다.


문제는 이전비 지급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점. 이 때문에 학업에 바쁘고 법률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은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는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승선(28) 중앙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장은 "이 지역에 살았던 세입 학생 1000여명 중 30~40%가 거주 이전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주거 복지를 챙겨야 할 동작구청 또한 팔짱만 끼고 있다. 동작구청이 이전비 지급을 전적으로 조합에게 맡긴 채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작구청 뉴타운 사업팀 관계자는 “세입자가 이전비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전비를 지급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구청업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민생희망 본부장 김남근 변호사는 “영세한 세입자들이 법률 내용을 잘 알 수 없기에, 관할 행정관청에서 이주 보상비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이전비에 소극적인 조합, 조합만 믿고 감독에 소홀한 구청. 그 사이에서 선량한 세입 대학생들의 권리는 방치되고 선의의 피해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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