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 일제 급락, 투기세력 떠났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김유림 기자 | 2008.08.05 07:29

원유시장 17개월만에 숏포지션이 롱포지션 상회

원유와 천연가스 및 코코아, 설탕 등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락하면서 로이터제프리CRB지수가 5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제프리CRB지수는 전일 대비 3.4% 급락한 401.98로 마감했다. 하락률은 지난 3월 19일 이후 거의 5개월 만에 최대이며 지수는 5월 2일 이후 3개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상품시장에 집중됐던 투기 자금이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전망으로 시장을 빠져 나갔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돌고 지난해 4분기에는 마이너스 0.2% 역성장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감이 짙어진 것도 투기자본의 상품 시장 이탈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제프리CRB지수는 지난 7월 한달간 10%나 급락해 1980년 3월 이후 28년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 유가 한때 120달러 밑으로

이날 국제 유가는 장중 한때 배럴당 12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약세를 보인끝에 3개월래 최저치로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3.69달러(3%) 하락한 121.41달러로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지난 5월6일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미국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수요감소 전망이 하락압력으로 지속적으로 작용한데다 멕시코만에서 형성된 열대성 폭풍 에도아르도가 허리케인으로 발전하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WTI는 이날 장중 한 때 배럴당 119.50달러선까지 내려가 거래됐다.

천연가스도 8.3% 급락세로 마감했다.

◇ 금속 곡물 가격도 급락

금속 곡식 등 선물가격도 급락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코코아 가격은 하루 동안 9.5% 급락한 미터톤당 2712달러로 마감해 이날 거래된 상품 중 낙폭이 가장 컸다. 가격은 6개월 최저 수준이다. 설탕 가격도 ICE선물 거래소에서 이날 6.5% 급락, 파운드당 13.21센트로 떨어졌다.

시카고 상업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선물가격은 부셸당 29.5센트(5%) 급락한 5.56달러로 마감, 3월25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11월물 대두 가격도 5.1% 급락한 부셸당 12.95달러, 9월물 밀 가격은 4.4% 내려간 7.59달러, 10월물 설탕 가격은 뉴욕 ICE에서 5.7% 하락한 파운드등 13.32센트를 기록하는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선물 가격은 온스당 9.60달러 떨어진 907.90달러로 마감, 6주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 선물 가격은 한때 온스당 903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미트코 벌리언 딜러스의 선임 애널리스트 존 낼더는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 압력 대응으로 긴축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하면서 금값이 900달러 선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티늄이 5.5% 하락하는 등 여타 금속가격도 약세를 보였다.

◇ 투기 세력, 유가 하락에 베팅

유가가 지난 7월 중순 이후 급락함에 따라 헤지펀드들이 17개월만에 처음으로 유가 상승 보다는 하락에 베팅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실질 수요자가 아닌 헤지펀드들과 대형 투자자들의 지난 7월 숏포지션(매도)이 롱포지션(매수)을 지난해 2월 이후 17개월만에 처음으로 상회했다"고 밝혔다.

숏포지션은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데 베팅하는 것이며 반대로 롱포지션은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데 베팅하는 것이다.

MF글로벌의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메이어는 "헤지펀드 등 원유 시장의 투기세력들이 유가 강세 입장에서 선회하고 있는 것을 살펴 볼 수 있다"면서 "유가는 하락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CFTC는 지난 7월 29일로 끝난 주간에 숏포지션이 롱포지션을 660계약 상회했다고 밝혔다. 직전주에는 숏포지션이 롱포지션을 3640계약 상회했다. 1계약은 1000배럴의 원유와 동일하다.

2007년 7월말 롱포지션이 숏포지션을 12만7000계약 상회한 것에 비해서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유가는 지난 1년간 90% 이상 급등했다.

투기세력들의 유가 하락 전망은 최근 유가가 하락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유가는 배럴당 16달러 하락하며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폭 하락했다.

특히 이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 인도분 유가는 전날보다 3.69달러(3%) 하락한 121.41달러로 마감했다. 유가는 장중 한때 배럴당 119.50달러 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유가가 장중 147.27달러를 돌파하며 150달러선에 육박했다는 점을 기억할때 1개월간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자동차 휘발유 수요가 하루 평균 940만배럴을 기록, 전년동기보다 2.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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