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인생을 세공하는 여자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08.08.06 12:21

[프로의세계]주얼리 스페셜리스트 김정주 뮈샤 대표

투박한 원석이 고통스러운 세공을 거쳐 찬란한 다이아몬드로 빚어진다. 3년 째 미스코리아 왕관 디자인을 맡고 있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 김정주 뮈샤 대표(44·사진). 그는 힘든 과정을 거쳐오면서도 자신의 인생이 언젠가는 보석처럼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당당하게 끝까지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힘든지도 모르고 이겨왔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성격이 지금 저를 만들었습니다."

화려한 보석에 둘러 쌓여 있는 그는 부유하게 자랐을 것 같지만, 사실 춘천에서 농사를 짓던 평범한 집안의 시골소녀였다. 하지만 생각은 남달랐다. "나는 늘 '특별한 사람, 성공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좀 유별나서 당시 유행하던 판타롱 바지를 제일 먼저 입고 다닐 정도였죠."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강원대 환경학과를 졸업한 후 호주 유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남편과 함께 국제공인보석감정사(GIA)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였다.

"고생 정말 많이 했죠. 용돈을 벌기 위해 빌딩 청소도 하고 케이크 가게에서 일하면서 코피 흘리고 쓰러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노력과 고통 없이 되는 건 없잖아요? 다 잘되기 위해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귀국 후 한 귀금속업체에서 보석감정사 1호로 취직했다. 그의 앞날은 순탄한 듯 보였다. 하지만 1997년 생각지 못한 위기가 닥쳤다. 사업을 하던 남편이 사기를 당했던 것.


"망망대해에 지푸라기 하나 잡고 있는 심정이었어요. 아이들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못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죠. 내가 성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 하나로 빚을 내서 모은 돈 5000만원을 들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귀금속 결혼예물의 메카였던 종로에 2평 남짓한 조그만 가게를 얻었다. 수많은 보석가게 중에서도 그의 가게는 단연 돋보였다. "물량은 다른 집의 반도 안됐지만 직접 디자인한 반지와 새로운 제품들을 잘 갖다놓았어요. 트렌드와 스타일로 고객을 대했죠."

여기에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더해 보석에 대한 실력과 감각을 세공해 나갔다. "잡지에 잘나가는 웨딩업체가 소개되면 찾아다니면서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했어요. 한시도 가만히 있은 적이 없습니다. 남보다 두세배 열심히 하지 않으면 차별화 시킬 수 없어요."

링거를 맞으며 일했던 열정은 곧 손님들의 발길로 이어졌다. 고객들이 줄을 서서 번호표를 줘가며 응대하기도 했다. IMF위기 속에서도 4년 만에 종로에 4곳의 가게를 오픈했다. 그리고 2004년 강남으로 자리를 옮겨 뮈샤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자신만의 빛깔을 담은 주얼리를 선보이고 있다.

"주부로, CEO로 살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여자도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앞으로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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