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위기냐 기회냐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8.04 16:33

조선株 추락…1500선 재위협 vs 상승 앞둔 마지막 충격

실적 기대를 품었던 조선업종마저 배신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체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시가총액의 7%를 차지하는 조선업종이 추락하면서 여타 업종까지 동반 하락세에 빠져들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한달간 급락세를 보였던 IT전자업종에 이어 조선업종까지 맥을 놓으면서 코스피지수 1500선 재붕괴 우려가 부상하게 됐다.

외국인이 현·선물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7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의 대기매물 부담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은 수급측면이나 심리적으로 모두 상당히 안 좋은 국면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8월이 시작된 주말에 이어 주초 연이은 하락은 월간 전망을 암울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미국 소비가 위축된 뒤 유럽경제까지 휘청거리는 마당에 수출로 겨우 버티고 있는 한국에서 조선업체의 수주 감소는 향후 경기전망에 적색경보를 발동하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중순부터 한달간 IT전자업종이 타격을 받은 뒤 수출주의 대표주자인 조선업체에 대한 기대감마저 꺾인다면 애써 경착륙이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해도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전세계 경기가 동반 하락국면에 돌입한 상태라면 EPS나 밸류에이션을 따지면서 저가를 외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도 "미국 경기가 안 좋고 비금융권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상태에서 코스피시장이 비빌 언덕이 없기 때문에 주가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면서 "조선업체의 하반기 이익개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불안감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비록 코스피지수가 1530선까지 밀리면서 1500선 재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가 낙폭이 과도하기 때문에 매수관점을 고수한다는 주장이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심리가 얼어붙어 조선주 충격을 크게 받았지만 기업 이익 증가세가 현재처럼 유지되는 한 시간이 흐를수록 밸류에이션 매력은 높아진다"면서 "비록 이익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해도 지수 1500선을 인정할 만큼은 아니기 때문에 1500 초반대는 여전히 싸다는 입장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모멘텀 플레이로 증시 대세상승기가 열렸다면 이제부터는 밸류 플레이에 따른 증시 상승에 주목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오늘 주가 급락은 모멘텀 플레이의 종언을 선언한 것일 뿐이며 앞으로는 밸류 장세로 본질적인 변화를 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매수차익잔고 부담이 큰 상태에서 조선업종마저 흔들려 8월 장세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유가 등 상품가격 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인도가 높은 선주사가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조선업종의 몰락이나 글로벌 침체의 한국판 서막이 열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과민반응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김부겸 삼성중공업 홍보담당 상무는 "선수금이 입금되지 않은 계약은 실질적으로 계약이 발효되지 않았던 것이며 간혹 이러한 일이 나오곤 한다"면서 "향후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번과 같은 계약 해지에 따른 주가 폭락은 과민반응"이라고 말했다.

IT전자, 자동차, 은행, 조선 등 어느 한 곳도 성한 곳이 없다면 증시 추락은 물론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기대감이 살아있던 마지막 섹터까지 불신에 쌓이고 충격을 받은 이상 더는 악화될 곳이 없다는 긍정론을 무시할 수도 없다.

글로벌 증시의 핵심인 뉴욕주가가 또 다시 연저점을 경신하는 하락세를 재개한다면 모를까 개별 국가의 국지적인 변수는 사실 대세를 좌우하는 변수는 아니다.

1500선이 결코 확고한 바닥이 아니었다는 비관론과 1500선은 저가매수 기회라는 주장이 상충하는 가운데 지난 2주간 확대된 증시 변동성은 결국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일이다.
미국과 유럽 및 영국 그리고 한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회의가 연이어 예정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주내로 증시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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