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株, 글로벌 침체의 한국판 시작(?)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08.04 14:45

일회적 사건이냐, 중장기 흐름이냐…계약해지 이어질까

조선주 급락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국발 서막이 될 것인가.

4일 선박수주의 계약해지에 대한 우려로 조선주가 일제히 급락하며 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초점은 수주 해지가 단순히 일회적인 사건이냐, 아니면 향후 선박수요 감소 등 부정적인 추세의 시작이냐로 모아진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주말 동시에 적지 않은 규모의 선박수주 계약해지를 공시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에 대해 "이번 계약 해지는 극히 드문 경우로, 해당 선주사와 관련 용선업체들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나타난 것"이라며 "3년치 일감을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에서 매출과 수익에 큰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일회적인 경우일 뿐 장기 흐름을 보여주는 '큰 사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수주 해지는 선박 수요의 감소 조짐,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 등이 맞물려 진행됐다는 점에서 향후 선박수요 및 수주 감소, 장기 업황 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측의 해지계약은 독일의 한 선주업체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컨테이너선 8척, 6190억원 어치의 수주계약 건이 해지됐다. 회사측은 선수금 미납 때문이라고 공시했다. 이 독일업체는 국제신인도가 상당히 높은 회사임에도 선박 발주와 관련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주들은 대부분 선박을 발주한 뒤 이를 운용회사(용선업체, 선박을 직접 이용하는 수요자)에 빌려주고 있다. 이 때 선주들은 운용회사와 함께 발주 금액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신디게이트 론 등의 형태로 조달한다.


대우조선해양측은 이번 계약 해지 사유에 대해 "계약 해지는 조달 자금에 어려움을 겪었거나 선박 인도 시점에 용선 계약 대상자를 구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선박금융, 시황 등에서 부정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독일 선주업체는 상당히 발주를 많이 하고 있다"며 "그동안 오래 거래를 해 왔기 때문에 이번 해지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의 계약 해지에 대해 "선주사에서 운용사와 함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며 "이는 거의 예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수주 물량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매출이나 경영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해지과 관련해 "향후 선박 발주물량 감소 등을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인도가 높은 선주업체가 오랜 거래처인 대우조선해양과 계약을 해지할 정도로 선박금융 조달이나 운용회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 대형 증권사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는 "선박금융 부문은 건당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며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면 선박금융 부문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차츰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이미 제기된 가운데 선주업체가 용선업체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비록 국내 조선업체들이 3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지만 사상 최고 호황기를 보냈던 국내 조선업체가 중장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심지어 향후 수주계약 해지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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