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세계 침체 알리는 韓조선주

머니투데이 박형기 통합뉴스룸 1부장 | 2008.08.04 12:31
4일 한국의 조선주가 추풍낙엽이다. 선주들이 세계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주문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선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세계경기와 관련, 필자가 눈여겨보는 지표가 있다. BDI(Baltic Dry Index)다. 석탄, 옥수수 등 건화물 물동량 지수다.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면 세계경기가 좋다는 얘기고 반대면 안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BDI 지수는 세계경제의 전체 흐름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BDI는 1일 현재 8280을 기록하고 있다. 5월20일 1만1793으로 사상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6월10일 넘어서며 1만선이 붕괴되더니 7월 초 9000선마저 이탈했다. 이로써 BDI는 두 달 열흘 만에 고점 대비 약 30%나 급락했다.

BDI와 함께 한국의 조선주도 세계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다. 세계경기가 활성화되면 물동량이 늘기 때문에 선박수주도 증가하고, 반대면 감소한다. 이뿐 아니라 조선주의 급락은 세계경기의 침체가 한국에도 상륙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계경제는 미국이 사실상 침체에 빠졌음에도 나름대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친디아 등 이머징마켓의 부상 때문이었다. 미국 경기가 사실상 침체였지만 아시아 역내 교역, 아시아-유럽 교역이 늘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미국과 유럽 이머징마켓이 3분하고 있다. 지난해 이머징마켓 선전의 결정적 열쇠는 유럽이었다. 미국의 경기가 둔화됐지만 유럽의 경기가 어느 정도 버텨줬기 때문에 이머징마켓이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물동량은 줄었지만 중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물동량은 증가세였다.

그러나 그 유럽이 올해에는 지난해만큼 이머징마켓을 돕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 7월 유로 지역 내 15개국 중 14개국의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는 등 유럽 전역으로 경기 둔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제조업 지수가 독일만 소폭 성장했을 뿐 나머지 국가의 제조업 경기는 모두 둔화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경우도 제조업지수가 지난달 전달의 52.6에서 50.9로 위축됐다. 간신히 성장과 둔화의 기준인 50선을 상회한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로 국가들의 경기침체가 차이가 있었지만 지난달은 강화된 신용경색과 고유가에 따라 '통일된' 후퇴를 보인 셈이다.

게다가 스페인의 경우, 주택시장이 망가지면서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는 등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가 유럽에 전염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침체에 빠지면 제아무리 친디아라고 해도 세계경기의 침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중국이 경기 과열 억제에서 성장 쪽으로 급선회한 것은 올림픽도 올림픽이지만 세계경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세계경기의 침체는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10대 무역국이다. 따라서 세계경기에 민감하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연말 또는 연초에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4일 조선주의 급락은 한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조기에 경고하는 자명종인 듯하다. 안전벨트를 매야할 시점이다. 그것도 아주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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