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용섭 "선심성 감세·부동산 실기"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8.08.05 08:56

이용섭 민주당 의원(사진)은 '정말' 세제 전문가다. 스스로 "자다 가도 세금 얘기만 나오면 벌떡 일어난다"고 할 정도다.

이력을 봐도 '세금'이 태반이다. 그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에 이어 지방세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장관까지 거쳤다.

이를 두고 '세제 그랜드슬램'이라고 부른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정치권이 감세 논쟁으로 뜨거운 여름, 이 의원을 찾은 것도 결국 세금 얘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는 '세금' 접근법부터 다르다. '세금 폭탄', '혈세' 등의 섬뜩한 표현에 대한 알레르기도 있다.

이 의원은 미국 국세청 출입문에 조각돼 있는 문구를 인용했다. '조세는 우리가 문명사회에 사는 대가로 지불하는 것(Taxes are what we pay for a civilized society)'.

"세금은 정부가 강제로 거둬들이는 박탈의 개념이 아니고 국민들이 사회 운영비용을 능력에 따라 내는 참여 개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종합부동산세를 겨냥, '징벌적 세금'이라 칭한 한나라당을 향한 반박도 담고 있다.

그래도 경기가 어려운 때 정부 여당이 추진하려는 감세 정책은 바람직한 게 아닐까. 구체적인 질문과 대답을 이어갔다.

-많이 걷은 것을 토대로 감세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무엇을 기준으로 많이 걷었다는 건가. 1년 예산을 전제로 한 것일 뿐이다. 현 정부는 중기 재정 계획을 내놓은 적도 없다. 필요한 재정 규모와 세입 규모를 분석해 감세 등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먼저다. 이 고민 없이 이곳 감세하겠다는 것은 선심성에 지나지 않는다.

-중산 서민층에 대한 감세는 필요한데.

▶맞다. 어려운 중산 서민층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당의 감세는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순위가 뒤바뀌었다.

-종부세 관련 기준 금액 상향 조정이나 인별 과세 등이 거론되는데.


▶종부세가 유명무실하게 된다. 인별 합산 과세되면 조세 회피가 난무하게 된다. 고령자에 대한 예외 인정도 보유세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 의원도 수정 법안을 내지 않았나.

▶은퇴한 고령자의 경우 납세를 유예해주는 것이다. 납세 편의를 제고하면서 과세 형평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다.

-양도세 인하도 나온다.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경감은 가능하다. 1세대1주택 비과세 요건중 2년 거주 요건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는 유지돼야 한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여당의 인식인데.

▶말로는 '안정'을 외치면서도 마음은 '활성화'에 가 있다. 흔히 거래 위축의 주원인으로 양도세 문제를 든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거래 실종은 이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다. 이 정부가 들어오면 집값 오르고 세금 내려갈 것이란 신호를 줬다. 정부 출범 후에도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팔겠나.

-거래 위축으로 지방 미분양 등 부작용이 적잖은데.

▶정부가 실기했다. 선거 때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엔 기본 정책을 유지한다고 시장에 천명했어야 한다. 그랬으면 시장이 더 안정됐을 것이다.

미분양 주택이나 건설업계를 지원할 토대도 마련됐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엉거주춤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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